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거액의 정치헌금 기부자를 관저에 초대해 수차례 저녁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초대받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은행가, 기업가, 석유재벌 등 모두가 부유층이어서 집권 보수당은 '부자정당'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6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취임 이후 네 차례 보수당에 정치헌금을 제공한 이들을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에 초청했다. 저녁 식사에 초대된 기부자들의 재산 총액은 30억파운드(5조 4,366억원)에 달한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 선출 직후인 2010년 7월 '감사 파티' 명목으로 건설장비업체 JCB 대표인 앤서니 뱀포드, 헤지펀드업체 대표인 마이클 힌츠와 폴 러독, 금융계 인사인 마이크 파머 등을 부부 동반으로 초대했다. 뱀포드는 보수당에 400만파운드(72억 5,000만원)를 기부했고, 힌츠는 140만파운드(25억 3,700만원)를 냈다. 캐머런 총리는 이후에도 지난해 2월과 11월, 올해 2월에도 다른 기부자들을 잇달아 관저에 초대했다.
총리실은 문제가 불거지자 "식사 초청자들은 총리가 오랫동안 알던 사람들이고 이들에게 특혜를 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석자 상당수가 감세나 금융규제 반대 등 나중에 캐머런 총리의 정책으로 관철된 제안을 해 왔던 이들이어서 여론이 총리의 해명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년 전 노동당 13년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탈환한 보수당의 인기도 바닥을 기고 있다. 보수당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불만이 높은 와중에 총리가 부자 기부자를 각별히 챙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지지율이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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