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청야니(23ㆍ대만)가 '접수'했다. 청야니는 26일(한국시간) 끝난 KIA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올해 열린 LPGA 투어 5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바야흐로 '청야니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풍미한 안니카 소렌스탐(42ㆍ스웨덴)과 청야니 중 누가 더 강할까. '골프 여제'라는 최고 칭호를 갖고 있는 두 선수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살펴봤다.
멘토와 멘티
청야니는 소렌스탐을 멘토로 삼았다. 소렌스탐이 은퇴한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청야니는 자신의 우상인 소렌스탐의 길을 따랐다.
청야니는 2009년 4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소렌스탐의 집도 사들였다. 소렌스탐은 청야니를 위해 자신이 쓰던 우승 진열대를 두고 갔다. 자신의 뒤를 이어 진열대에 우승컵을 가득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웃 사촌'이 된 소렌스탐과 청야니는 서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격려하는 사이가 됐다.
청야니는 지난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나를 오늘에 있게 한 소렌스탐에게 감사한다. 진열대가 아직 많이 비어있다. 앞으로 소렌스탐이 채웠던 그 이상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득 진열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렌스탐도 "쇼트 게임 등 몇 가지만 보완한다면 청야니를 능가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속도는 소렌스탐, 무게는 청야니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청야니는 이듬해 LPGA 투어에 데뷔했다. LPGA 투어에서 5시즌 동안 15승(메이저 5승)을 올렸다. 다른 투어까지 포함하면 26승.
1992년 프로에 데뷔해 1994년부터 미국 무대에 합류한 소렌스탐은 2008년 은퇴하기 전까지 72승(메이저 10승)을 기록했다. 미국 이외의 투어까지 계산하면 개인 통산 93승이나 된다.
우승을 쌓는 속도는 소렌스탐이 청야니보다 빠르다. 15시즌 동안 LPGA에서 뛴 소렌스탐은 매년 4.8승을 올렸다. 이에 반해 청야니는 매년 3.53승을 기록하는 페이스다.
하지만 우승의 무게감은 청야니가 낫다. 청야니는 벌써 메이저대회에서 5승이나 올려 통산 10승을 거둔 소렌스탐보다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타는 청야니, 정교함은 소렌스탐
청야니와 소렌스탐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골프를 한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청야니는 장타에서, 소렌스탐은 정교함에서 상대에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소렌스탐은 2005년 10승을 올리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3승을 거둔 청야니는 지난해 7승을 올리며 새로운 골프 여제 등극을 알렸다.
소렌스탐은 전성기였던 2005년 평균타수 1위(69.33타), 그린 적중율 1위(77.2%), 페어웨이 적중률 12위(80.4%), 드라이버 비거리 4위(263야드)를 기록했다.
청야니는 평균타수 1위(69.38타), 드라이버 비거리 1위(268.6야드), 그린 적중률 6위(70.4%), 페어웨이 적중률 113위(60.3%)에 자리했다. 거리에서는 청야니가, 정확도에서는 소렌스탐이 조금 나았다.
경쟁 상대가 다르다
많은 골프팬들은 지금의 청야니가 과거의 소렌스탐 보다 낫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23세에 불과한 청야니가 소렌스탐의 아성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소렌스탐과 청야니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소렌스탐은 당시에 박세리(35ㆍKDB산은금융그룹), 카리 웹(호주) 등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승수를 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청야니는 소렌스탐보다는 수월하게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청야니 앞에는 최나연(25ㆍSK텔레콤), 신지애(24ㆍ미래에셋) 등이 있지만 소렌스탐이 눌렀던 경쟁자들보다는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