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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발자취 가슴깊이" 반야월 선생 빈소 각계 조문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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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발자취 가슴깊이" 반야월 선생 빈소 각계 조문 발길

입력
2012.03.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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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원로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 주변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로 가득 찼다.

조문객을 맞은 고인의 딸 박희라(59ㆍ작곡가)씨는 전날 아버지의 갑작스런타계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고인의 2남4녀 중 셋째 딸이다.

“아버지는 아흔 다섯의 고령이었지만 매일 을지로에 있는 4층 사무실에 걸어서 올라갈 정도로 정정했어요. 평소에 지병도 없었는데, 어제 새벽 갑자기 심장 대동맥이 터져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돌아가셨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그는 간신히 눈물을 삼키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아버지였고, 동시에 범접할 수 없는 큰 스승이셨죠. 자식중 한 명을 빼곤 다섯 남매가 아버지 뒤를 이어 작사, 작곡을 업으로 하고 있어요. 처음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멘토가 되어 자식들 곁에 서 있더군요.”

딸은 음악에 관한 한 대선배이기도 한 고인을 가리켜 ‘오로지 음악만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고 살아온 외길 인생’이라고 했다.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낌없이 베푸셨지요.‘가요사랑 뿌리회’를 만들어 잊혀진 음악인들과 무명 가수들을 모아 다양한 행사를 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이 모임 여성 회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씨는 최근 몇 년 동안 고인을 직접 모시고 다니며 활동을 도왔다고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후배와 가요계 인사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던 고인을 추모했다. 평소에 고인을 ‘아버지’라 부르며 가깝게 지냈던 가수 하춘화는 “내가 부른 2,500여곡 가운데 50곡이 반야월 선생이 만든 곡”이라며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잊혀지는 요즘 노랫말과 달리 시대의 아픔과 사연이 담겨 있어 가슴에 박힌다”고 했다. 하춘화는 “고인은 평소 한국 가요 고유의 정서가 가사에서 사라지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고 회고했다.

가요사 연구가인 김주명씨는 “한국 가요의 1세대 음악인으로 살면서 무려 5,000여곡의 가요를 남긴 고인은 우리 가요의 산 증인이자 가요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스승”이라고 했다. 가요사 연구를 지원하고 기념관 사업을 추진하는 등 후배들 뒤에서 묵묵히 한국 가요의 기틀을 다져왔다는 전언이다. 김씨는 “‘울고 넘는 박달재’의 배경인 충북 제천 박달재에 세워질 한국가요 기념관은 고인이 후배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고인은 타계 나흘 전인 22일, 내년 10월 문을 열 제천시의 한국가요100년사 기념관 건립을 위해 음악 관련 소장품 158종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 기념관에는 반야월 개인관도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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