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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심이냐 철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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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심이냐 철판이냐

입력
2012.03.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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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요즘도 현실정치에 대해 바른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여든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꼿꼿하고 활달하다. 고교시절 농구선수를 할 만큼 타고난 체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비결이 있단다. 운동이나 음식이 아니다. 운동이라야 매일 3,000보 정도 걷는 것뿐이며, 보양식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편안한 잠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조건으로 그는 오직 하나, '양심'을 꼽았다.

■ "절대로 돈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오래 산다. 자연히 정치생명도 길어진다." 검은 돈 몰래 챙겨 넣고는 탄로날까 불안해 하고, 언제 감옥에 갈지 몰라 괴로워하면서 편안히 잠들기를 바랄 순 없다는 것이다. 돈이 좋으면 처음부터 장사를 하라고 했다. 정치인은 명예를 존중하는데 갈수록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8대 국회를 보면 돈 때문에 검찰수사를 받은 의원이 20명이 넘고,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사건에 연루된 것만 봐도 그렇다.

■ 이 전 의장은 정치인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또 한 가지 역설적인 방법은 아예 얼굴과 가슴에 철판을 까는 것이라고 했다. 양심을 완전히 마비시켜 돈을 먹어도 조금의 가책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고 증거가 다 드러났는데도 오리발을 내미는 '강심장'의 소유자도 오래 산다고 했다. 물론 정치생명도 끝나고,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치욕과 고통이 따르지만 어느 전직 대통령처럼 돈을 위해서는 그런 것들마저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 우리나라 직업별 평균 수명을 보면 종교인 다음으로 정치인이 길다. 둘 중 하나다. 양심을 지켜서, 아니면 양심에 철판을 깔아서. 여전히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덤비고, 공천경쟁에서부터 돈을 뿌리고 다니는 정치인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말로만 국가와 국민만을 외치면서 정치권력으로 사욕을 챙기려는 '철판들'이 아직도 많은가 보다. '깨끗한 양심이 좋은 베개(A clear conscience is a good pillow)'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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