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액기부자를 백악관에 초청, 선거자금 모금에 적극 나서자 현직 대통령의 특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를 비판했던 그가 입장을 바꿔 선거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권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오바마의 주요 모금자와 기부자 470명 중 최소 250명이 2009년 중반부터 고위 보좌관과의 단독 면담과 만찬을 위해 백악관을 한번 이상 방문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들 중 수만달러를 낸 거액기부자도 6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에 따르면 오바마의 친구로 알려진 시카고 투자회사 아리엘의 최고경영자인 존 로저스는 1월 5만달러를 오바마의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기부했다. 그는 2010년 10월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회 회장으로 선출돼 빌 데일리 수석보좌관 등과 수 차례 단독면담을 했다. 지난해 10월 1만5,000달러를 낸 금융가 오린 크레이머도 최근까지 다섯 번 이상 백악관을 출입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난해 7월 1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총 15만달러를 오바마 선거자금으로 내놨다. 그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즐기는 모습 등이 종종 공개됐다. 백악관은 이달 초에도 주요 모금자 30명을 초청해 공식만찬을 열었다.
시민단체와 공화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은 기업 등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광고비용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2010년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미국 선거가 미국 국민의 결정이 아닌 강력한 이익집단이나 외국 자금에 의해 좌우되면 안 된다”고 한 오바마의 발언을 들추며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 재선 캠프는 “공화당의 슈퍼팩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백악관 초청행사는 합법적이며 기부 독려활동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선거자금은 현재 1억2,000만달러를 넘어서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7,400만달러를 크게 앞서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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