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경기 둔화세가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진데다 국내 심리 및 경기지표에도 조금씩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멈춰선 경기가 어느 방향으로 튈 지에 대해선 여전히 조심스런 전망이 많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ㆍ101)는 지난달(100)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C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비록 소폭 반등이지만 적어도 내수의 근간인 소비 심리가 하락세를 멈췄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여기에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대인플레이션율(3.9%)도 작년 6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 4% 아래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방향을 틀었다.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ㆍ99)는 1분기(77)보다 크게 상승하며 2년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유럽 위기의 진정 기미에 미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표정이 부쩍 밝아진 덕이다.
금융ㆍ실물ㆍ심리 지표들을 종합한 경기지수도 상승 흐름이다. 올해 1월 선행지수는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작년 9월 이후 계속 악화하던 동행지수도 차츰 하락폭을 줄이며 2월부터는 상승 반전할 것으로 분석(LG경제연구원)된다.
이런 변화에 경제수장들도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1분기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2월의) 성장세가 더 둔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김중수 한은 총재) 등이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통계의 기저효과와 대외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정도의 해석은 가능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여전히 국제유가, 유럽 위기 등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며 “체감경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론 하락 위험보다 상승 요인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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