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첫날인 26일 각국 정상들은 2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 이후 핵안보 분야의 진전 사항을 발표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27일 예정된 3차례의 회의를 통해 핵안보의 현재와 미래를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과거 상황을 먼저 냉정하게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한국에 늦게 도착하는 일부 정상을 제외한 55명의 참가국 대표들은 서울 코엑스 3층 오ㆍ만찬장에서 오후6시4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저녁을 먹으며 정해진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업무만찬(Working Dinner)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업무만찬은 참석자가 많은 다자회의에서 시간을 아끼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환영사를 하면서 2차 회의에 새로 참가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 주재로 배석자 없이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만찬에서 이탈리아, 미국, 이스라엘 등 12개국 정상들은 2년 전 핵물질 감축 약속에 대한 자국의 이행성과를 설명했다. 일부 국가들은 핵물질 감축 외에 핵안보 관련 국제규범 가입과 핵안보 교육 훈련센터 설립 등 핵안보 분야에서 진행해 온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2년 전 워싱턴 1차 회의 때는 47개 참가국 중 30여개국이 핵물질 감축 등 70여개의 자발적 공약을 했다. 이후 주요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7톤, 48톤의 고농축우라늄(HEU)을 폐기했으며 우크라이나와 멕시코 등 8개 나라는 480㎏ 정도의 HEU를 제거하거나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핵물질 감축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회의를 앞두고 각국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1차 회의에 비해 감축량이 훨씬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참가국들은 또 핵안보정상회의 프로세스가 핵안보 강화와 핵테러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데 적극 공감하며 국제사회의 이 같은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정상들의 만찬장 자리 배치를 놓고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의장국인 한국은 당초 2014년 차기 회의 개최국인 네덜란드 대표의 자리를 이 대통령 옆에 배정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내부 사정으로 참가가 예정됐던 뤼터 총리를 로젠탈 외교장관으로 바꾸는 바람에 의전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주최 측은 이 대통령 왼쪽에 압둘라 2세 빈 알 후세인 요르단 국왕을, 오른쪽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자리를 마련했다. 재임기간을 고려하면서 의전 서열상 최연장자를 배려한다는 관행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요르단은 한국이 수출하려는 연구용 원자로 도입을 앞두고 있고, 카자흐스탄은 자원부국이자 1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민수용 HEU를 보유한 국가여서 주최측이 이번 회의 성과는 물론 향후 경제적 이득을 감안해 정상들의 자리를 배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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