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58)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 탐험에 성공했다.
AP통신 등은 캐머런 감독이 26일 오전 7시52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 바닥에 도달해 3시간 정도 체류한 뒤 무사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캐머런이 탐사한 마리아나 해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해구로, 그 중 챌린저 해연(1만898m)은 비티아스 해연(1만1,034m)에 이어 두 번째로 깊은 곳이다. 이 곳에 인간의 발길이 닿았던 것은 1960년 미국과 스위스의 공동 탐사팀이 다녀간 게 마지막이었다. 캐머런 감독은 이후 50년 동안 인간의 접근을 불허했던 마리아나 해구를 단독으로 탐사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특수 제작된 1인 잠수정 '딥시(Deepsea) 챌린저호'를 타고 바다로 뛰어든 캐머런 감독은 해연 바닥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라는 환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어 트위터에 "지금 막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했다. 바닥에 닿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을 모든 사람과 빨리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과학 연구에 사용할 데이터와 견본들을 수집하고 영화에 쓸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3D 카메라와 2m40㎝ 크기의 LED 조명을 가지고 내려갔다.
캐머런과 공동으로 탐사를 계획한 과학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은 "(캐머런이) 예상보다 빠른 70분만에 해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당초 6시간 동안 체류하기로 했으나 3시간 만에 탐사를 마쳤다"고 전했다. 캐머런 감독의 건강 상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비좁은 곳에 한동안 갇혀 있어 몸이 결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그가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감독이 촬영한 영상은 곧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공개될 예정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발간하는 미국지리학회(NGS)의 테리 가르시아는 "인간의 눈으로 이토록 경이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진정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50년 전 스위스 기관사 자크 피카드와 미국인 해군 선장 돈 월시가 미 해군의 심해잠수정을 타고 챌린저 해연에 도착했을 때는 20분밖에 머물지 못한 데다가 당시 해저 토사가 시야를 가려 심해 경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챌린저 해연의 수압은 제곱인치당 8톤으로 해수면 기압의 약 1,000배에 달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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