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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슬람단체들 몸집 불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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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슬람단체들 몸집 불리기 나섰다

입력
2012.03.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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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슬람을 표방하는 영국 극우단체가 덴마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해 유럽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노르웨이 연쇄 테러, 최근 프랑스 연쇄 총격 사건과 맞물려 유럽 극우주의운동 단체들이 몸집 불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극우주의 시민단체 영국수호동맹(EDL)이 31일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며 "EDL과 뜻을 같이하는 10여개 단체가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보도했다.

EDL이 해외 원정 집회를 계획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EDL은 2010년 10월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집회를 열었으나 참석인원은 6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축구팬과 반 인종주의 단체의 반발에 밀려 행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EDL 관계자는 "덴마크 집회는 이슬람을 배격하는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등의 해외 동지들과 함께 EDL의 조직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최소한 수백명이 참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DL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집회 시점이 절묘하다. 31일은 테러그룹과 연계된 프랑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고 노르웨이 테러의 범인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의 공판을 코 앞에 둔 시기이다.

2009년 영국 루턴에서 태동한 EDL은 길거리에서 전통 수호 캠페인이나 하던 그저 그런 단체였다. EDL이 일약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브레이빅이 이 단체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때문에 다분히 이슬람 반대운동을 이슈화하려는 노림수의 성격이 강하다.

반 인종주의 활동가인 닉 로울레스는 "EDL 집회에는 소위 반 지하드(성전) 투쟁가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이슬람 혐오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바람을 타고 인종주의를 대중 밀착형 문화운동으로 교묘히 둔갑시킨 극우세력의 주장이 먹혀 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전통적 인종주의자와 달리 '이민자 유입=경제위기 확대'라는 온건한 논리를 내세워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반해 주류 정치권은 극우주의 성장에 너무 냉담했다. 영국의 유럽의회 의원인 클라우드 모라예스는 "유럽 지도층은 극우단체의 기본적 작동원리에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령 지난해 영국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당(BNP)이 참패한 사례에서 보듯, 극우단체가 설마 기성 정치판의 구도를 흔들 만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겠느냐는 자만심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극우주의의 뿌리는 여전히 다른 인종에 대한 폭력과 증오에 맞닿아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데모스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극우정당 가입 회원 중 3분의 2가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었다. 게다가 응답자의 대부분은 극우주의에 호감을 보인 이유로 경제적 문제가 아닌 이슬람 혐오를 꼽았다. 가디언은 "인종과 종교, 윤리가 다른 집단과 폭력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극우주의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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