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26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며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해 "잘못됐다" "포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등 강한 어조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 강도도 우리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뒤 두 차례 우려를 표명했지만 공개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후 주석의 이날 언급으로 중국 지도부는 사실상 처음으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중국이 이미 북한 지도부에 로켓 발사 중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과거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해 대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주문했지만 중국은 다소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해서는 본래 부정적 입장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태도를 과도하게 호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는 북한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분명한 반대 입장 공식화라는 과실을 얻었고, 중국은 최대 관심사인 조속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협상 개시에 대한 우리측의 약속을 재확인 받는 기회를 맞았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세 인식에 대한 공감이 이뤄졌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 공식 협상 개시는 중국의 바람대로 올 상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중 FTA는 지난 1월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약속했듯이 관보 게재와 공청회 등 국내 절차가 진행됐다.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추진 계획을 심의한 뒤 한∙중 통상장관회담을 열어 최종 검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다. 이 과정이 늦어도 5월까지는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자 문제와 이어도 관할권과 관련된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 문제에서도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조율했다. 두 정상은 EEZ 경계 획정 문제에 대해서 양국 정부가 밝힌 실무협상을 조만간 재개하는 것을 확인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후 주석은 '한국도 중국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중국이 말하기 꺼리던 '국제사회 인도주의' 등을 언급하며 한국 입장을 배려하겠다고 한 것은 진전된 합의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10번째이며, 후 주석은 재임 기간 세 번째 한국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중국의 국빈 초청을 받아 올해 첫 외유를 했고, 후 주석 역시 올 첫 해외 방문 지역으로 한국을 택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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