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던 총리실 노트북을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의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대납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추가 공개했다. 사건의 '윗선'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장진수씨는 2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검찰이 2010년 7월 총리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우리 팀(기획총괄과) 직원 전모씨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 노트북은 결국 진경락씨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현장에 전씨의 노트북이 없었고, 차후 진씨가 이를 알고 전씨로부터 노트북을 받아 처리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전씨의 업무는 점검팀에서 한 일(사찰)을 정리, 요약하는 것이었는데 관련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노트북은 진씨에게 넘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당시 수사팀이 이 노트북을 확보했다면 추가 불법사찰 내용을 확인,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씨는 수사 당시 이 같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수사팀은) 복수의 노트북을 포함한 데스크톱 컴퓨터 등 압수 가능한 컴퓨터는 모두 확보했다"고 말했다. 장씨도 2년 전에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장씨는 자신의 변호사 비용과 관련된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장씨에 대한 2심 선고 공판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진씨의 후임자 A씨가 장씨와 통화하며 "민정(수석실) 거기서 얘기가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 변호사 성함이 어떻게 되냐, 저쪽에서 알려달라고…"라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변호사 비용을 민정수석실에서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 사건 뒷처리를 하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씨는 "검찰 수사부터 1~3심 재판까지 변호사 비용은 내가 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대신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은폐 지시 최종석 29일 소환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장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 중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29일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장씨의 전임자 김모씨 등 사건 관계자 3명을 소환 조사했다. 장씨는 앞서 "김씨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를 매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했다"고 폭로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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