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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 가요 가사 분석… 고대생들 '내가사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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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 가요 가사 분석… 고대생들 '내가사는…' 펴내

입력
2012.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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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여자', '블루스', 김윤아는 '봄', '입', 서태지는 '속', '마음'이라는 단어가 가사에 많이 등장해요. 대중가요 가사는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가사에 쓰인 단어들은 가수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카페에 4명의 국문학도가 자신들이 낸 대중가요 가사 분석집 <내가사는이야기> 를 들고 모여 앉았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04학번 박수열(28), 05학번 이한솔(27), 06학번 남슬기(27), 07학번 맹하경(25)씨다.

이들이 책을 만들기 위해 뭉친 건 지난해 1학기 국문학 전공 수업이 계기가 됐다. 한 팀을 이뤄 '문장형태 분석' 이라는 주제로 조 발표를 했다. "네 명은 공통적으로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이유를 노랫말(가사)에서 찾아보고 분석해 발표했는데, 수업을 하셨던 최동호 교수께서 발표 주제를 기록으로 남겨보라고 권유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맏형 격인 박씨 설명이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8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가사를 명사, 동사, 부사 등으로 나눠 단어 별로 정리 분석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이씨는 "작년 5월 재학생 100명에게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 중 대표적인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했고, 상위 20명 중 '10년 이상 활동 경력', '5장 이상의 정규앨범 발매' 등 조사 기준을 충족시키는 가수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윤종신, 김태원, 이소라, 유희열, 서태지, 이적, 김윤아, 박진영 등 8명의 가수가 분석 대상이 됐다. 이들이 작사한 노래를 중심으로 단어의 쓰임새를 집중 분석했다.

노랫말 분석 결과, 가장 의외였던 가수는 서태지였다. 박씨는 "서태지는 대체로 저항적 반항적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생각보다 어휘가 단순했다. 다양한 주제로 가사를 써온 것과는 달리 '속', '마음'과 같은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어휘력으로 '대학생 가사 분석가'들을 놀라게 한 가수도 있었다. 남씨는 "김윤아는 '사라지다', '죽다' 등 극단적인 동사도 많았고, '근육맨', '무쇠', '천사' 등 남들이 안 쓰는 명사도 사용했다"며 "같은 사랑 노래라도 다른 가수들의 일반적 사랑노래와는 달리 조금은 음침한 느낌의 단어들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네 명의 저자는 "책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책을 보고 있으면 4년 간 국문학을 전공한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했고, 남씨는 "대학 때 배우는 수업과 사회 생활에 필요한 지식이 별개인 줄 알았는데 수업 내용에 충실하다 보니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정반대로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와 지식을 합쳐 지적 콘텐츠를 양산했습니다. 대견스럽지 않나요?"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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