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넘는 박달재', '소양강 처녀'로 유명한 원로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씨가 26일 오후 3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22일 충북 제천시청에서 열린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데뷔 이후 73년간 현역으로 활동한 대중가요계의 산 증인이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고인은 집안 사정으로 진해농산고를 중퇴한 뒤 1939년 대구에서 열린 한 가요대회에서 우승하며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데뷔 초에는 진방남이라는 예명을 사용했으며, 1940년 '잘 있거라 항구야'와 '불효자는 웁니다'를 비롯해 '고향만리'(1941), '꽃마차'(1942) 등의 히트곡을 냈다.
해방 이후엔 반야월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보다 작사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시와 소설을 좋아해 작사에 더 정열을 쏟게 됐다"고 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 고개', '산장의 여인', '소양강 처녀' 등 요즘도 국민 애창곡인 수많은 히트곡의 가사가 그의 펜에서 나왔다.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라는 가사로 한국전쟁 당시의 비극을 절절히 그린'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비롯해 5,000여곡에 이르는 고인의 노래는 굴곡진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러나 일제 말기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등 친일 군국가요를 불렀다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고인은 2010년 이에 대해 "매우 후회스럽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작사자가 활동하면서 마산방송국 문예부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대한레코드작가협회 이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고문 등을 지냈다. 고인은 아흔을 넘기고도 작사 활동을 계속하며 '꿈꾸는 청계천'(2008), '박달재 사랑'(2009) 등 10여편의 가사를 발표했다.
시대의 정서를 노래하고 가사에 담아낸 고인은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내 사랑 마산항' 등 전국에 10여개의 노래비가 세워졌고, 고향 마산에서는 반야월가요제가 열리고 있다. 1991년 가요계에 기여한 공로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또 내년 10월 준공 예정인 충북 제천의 한국가요사 기념관에 반야월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장례는 한국가요작가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부인 윤경분(92)씨와 아들 박미호(작곡가) 민호(작곡가), 딸 미라(작사가) 애라(주부) 희라(작곡가) 보라(주부)씨.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02)3010-2000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