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대기업 계열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 대상이 되는 거래금액 기준을 현행 '자본금 10%나 100억원 이상'인 거래에서 '자본금 5%나 50억원 이상의 거래'로 확대ㆍ강화할 방침이다. 공시대상이 되는 거래 상대방의 범위도 모기업 지배주주가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서 20% 이상인 것으로 확대된다.
공정위의 방침은 최근 수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시장환경 변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계열의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 때문이다.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고질적 관행의 변화를 유도해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기회를 넓히자는 뜻이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제도 자체의 한계가 뚜렷하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제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 계열사(특수관계인)와 자금, 자산, 유가증권, 상품ㆍ용역 등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거래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거래 규모를 줄이고 횟수를 늘리기만 해도 제도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다. 더욱이 공시제도가 거래내역 공개로 대기업에 심리적 부담을 안기고 시장이 감시를 강화할 자료를 제공하자는 것일 뿐 내부거래 관행의 변화를 직접 끌어내지는 못한다.
두산 롯데 GS 한화 한진 등 5개 그룹은 29일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겠다는 합동'자율 선언'을 공정위 주선으로 할 예정이지만, 최종적 행동 변화는 문자 그대로 기업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시장 현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음은 지난해 삼성 현대차 포스코 SK 등 4대 그룹의 13조원에 이르는 건설공사를 계열사가 싹쓸이했고, 올 상반기 SK그룹 통신 관련 업체들의 내부거래가 지난해보다 20%나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결국 작은 계기에 불과한 공시기준 강화는 대상 대기업의 자각, 시장의 자율감시 강화로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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