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흔적 지우기가 한창이다. 보 전 서기 측근들을 중심으로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가 시작됐고, 그가 추진해온 '창홍'(唱紅ㆍ공산주의 이념을 위한 홍색 문화 고취) 운동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 징지관차왕(經濟觀察網)은 26일 샤쩌량(夏澤良) 충칭시 난안(南岸)구 서기가 21일 당국에 끌려 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보 전 서기가 해임되고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충칭시 서기를 겸임하게 된 이후 충칭시 고위급 간부가 조사 받기는 샤 서기가 처음이다.
1961년생인 샤 서기는 충칭시의 펑두(豊都)현 공안국 부국장과 빠난(巴南)구 부서기를 거쳐 2009년10월 난안구 서기에 임명됐다. 그는 1인당 월 평균 수입이 500위안(약 9만원)이 안 되는 극빈자에 대해서는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기로 하는 등 빈부격차 해소와 소득 분배 등에 방점을 둔 보 전 서기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온 인물이다.
충칭(重慶)일보는 또 이날부터 충칭위성TV의 저녁 황금시간대에 드라마가 다시 방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 전 서기는 지난해 3월 '창홍'을 앞세워 황금시간대 드라마 방영을 금지한 바 있다. 그 동안 이 시간대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노래인 '홍거'(紅歌) 경연대회를 비롯해 사상 강연이나 토론, 뉴스 등이 방영됐다. 드라마가 다시 송출됨에 따라 매일 방영되던 홍거 경연대회 등은 주말에만 한 차례 방영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됐다. 충칭위성TV의 이 같은 프로그램 개편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보 전 서기가 '창홍'과 자신의 노선을 선전하기 위해 방송과 인쇄 매체들을 적극 활용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충칭위성TV였다는 점에서 이는 보 전 서기 색깔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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