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인 건강보험개혁법 위헌소송 공개심리가 26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서 시작됐다. 이례적으로 28일까지 총 6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심리는 대법원 개원 이래 가장 첨예한 법정공방으로 기록되고 있다. 통상 1시간인 심리가 6시간이나 진행되는 것은 지난 40여년 동안 없던 일이다. 심리할 법 조문만 2,000쪽이 넘으며, 그린북으로 불리는 변론서를 제출하고 공방에 뛰어든 단체도 136곳에 달한다. 법에 반대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모의재판까지 열었고 찬성하는 미국헌법사회(ACS)는 대법원 인근에 상황실을 마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법의 장단을 논하고 종교계도 자신들의 현안과 이번 심리를 연결시키고 있다. 3일간의 공개심리는 이처럼 미국을 찬반으로 갈라놓은 건강보험개혁법의 운명을 가를 '하이눈(결정적 순간)'으로 평가된다.
건보개혁법이 '오바마 케어'로 불릴 정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란 점에서 대법원 결정은 그의 재선가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 결정이 예상대로 대선이 한창일 6월 말 나오면 민주, 공화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공화당은 그 동안 이 문제를 오바마 정부 압박 카드로 적절히 활용해 중간선거 압승을 이끌기도 했다. 50개주 가운데 26개주가 반대한 이 소송의 주된 쟁점은 법을 제정한 의회가 개인의 자유와 주(州)의 통상권한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에 있다. 개인과 고용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법 조항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법원의 선택은 합헌, 위헌, 일부 법 조항 한정위헌 결정 아니면 이 법이 본격 시행되는 2014년까지 결정을 유보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경우든 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대법관 9명은 성향상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분류된다. 합헌 결정이 나오려면 보수판사 1명의 '배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수법관 중 앤서니 케네디와 앤터닌 스캘리아가 최대 쟁점인 연방의회의 주(州)간 통상 권한 규제에 찬성하는 판결을 해왔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다수 의견에 힘을 보태는 경향이 있어 배신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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