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여우의 지혜까지 가졌다면 그 호랑이를 대적하긴 쉽지 않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여우처럼 쳤다. '절제의 골프'로 진수를 보여주면서 PGA 투어에서 30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우즈는 우승의 가뭄에서 탈출하기 위해 화려한 플레이를 버리고 실속을 선택했다.
페이드로 승부
우즈는 가운데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인 페이드가 주특기다. 지난해 4월 강원 제이드 펠리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 나이키골프 행사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샷은 페이드다. 페이드로는 원하는 곳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즈는 그 동안 공을 똑바로 보내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 치는 페이드샷으로 승부를 걸었다. 런 발생이 줄어들면서 거리에 손해를 볼 수 있는 페이드샷을 선택했지만 드라이버 비거리는 294.6야드(11위)나 나갔고 정확도는 64.3%(공동 29위)나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클래스A 멤버인 이병옥 프로(J골프 해설위원)는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드로우샷(가운데로 가다가 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을 보여주긴 했지만 철저하게 페이드샷을 내세웠다. 샷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면서 코스를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화려함을 버렸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폭발적인 샷을 많이 보여주진 않았다. 티샷도 드라이버만 고집하지 않고 우드를 꺼내 들어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켰다.
지난해 겨울부터 샷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팬을 위한 화려한 플레이가 아닌 우승을 위한 경기를 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그린 적중률이 79.2%(공동 1위)를 기록할 만큼 정확도로 승부를 걸었다.
대회 4라운드에서는 퍼팅도 안정적으로 했다. 우승을 다투던 경쟁자들이 일찌감치 무너지자 퍼팅도 홀에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붙이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파 세이브 작전을 벌였다. 라운드 퍼팅수는 30.8개(공동 59위).
이병옥 프로는 "이번 대회를 보면 우즈가 얼마나 우승에 목말라했는지 알 수 있다. 무조건 직진만을 하지 않고 돌아가는 느낌도 받았다.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