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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관습 과감히 깬 부부… 경조사비가 마음의 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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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관습 과감히 깬 부부… 경조사비가 마음의 양은 아니다"

입력
2012.03.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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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의 단위는 ㎝, 몸무게의 단위는 ㎏, 발의 사이즈는 ㎜, 그렇다면 마음의 깊이의 단위는? 몇몇의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바로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유를 묻는다면 경조사비 때문이다. 요즘 유행어로 하면 "경조사비 안 낸다고 잡혀가지 않습니다, 쇠고랑차지 않아요."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매 행사마다 따라다니는 경조사비일 것이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인 '애정남'이 아무리 정해준다 한들 낼 때마다 마음이 찝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힘든 때일수록 아무리 혼자 있고 싶다 한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만큼 약효가 빠른 것이 없다. 또 기쁠 때일수록 같이 있고 싶은 게 바로 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쁘거나 슬픈 행사들에 어른들이 가기 전에 항상 챙기는 것이 봉투이다. 그리고 항상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그 봉투 안에 넣을 '마음의 양'이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초대하는 입장에서 누굴 초대할지 거북스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봉투 속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관습이라는 것을. 그런데 이 경조사비의 사슬을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저 경조사비의 관습을 찬성하지 않아 내지 않는다면 의도와는 다르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차츰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결코 먼저 경조사비를 받지 않는 일을 한다면 그 동안 지인들에게 주었던 경조사비가 아까울 수밖에 없다. 경조사비의 큰 특성 중 하나가 '내가 너한테 주면 너도 나한테 다시 되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고리를 먼저 깰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입 밖으론 내지 못할 것이다. 그저 마음의 단위를 세는 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손가락질 받을 뿐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이 '악의 고리'를 과감히 깬 사람들이 있다. 김정찬, 김은지 부부이다. 유명인들의 '억소리'나는 결혼식이 판치는 시대에 그들은 진정한 결혼식이 어떠해야 할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결혼식에는 예물 교환과 폐백, 그리고 결혼식의 꽃인 신혼여행까지 쏙 빼고 '신부 어머님의 편지 낭독', '신랑 이모님의 오카리나 연주', '신부 여동생의 노래'등으로 대체하였다. 진정 마음이 담긴 선물들로.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결혼식장 복도에 보통 놓여져 있는 축의금 내는 탁자 대신 아름다운재단, 환경운동연합, 열매나눔재단 등 시민단체의 부스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축의금이 아닌 이런 기부를 통해 진정한 마음의 깊이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완벽히 '경조사비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향한 엄청난 개선이다. 이런 결혼식이 탄생한 계기에는 '마을 공동체 품애'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착한 잔치 프로젝트'가 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이런 결혼식을 다른 예비부부들에게 이 바람직한 부부가 전파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경조사비라는 사회적 관습에 대해 달갑게 여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소식이 더 없이 기뻤다. 시작은 어렵겠지만 이 부부의 뜻에 동감하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경조사비의 '꼬리'가 짧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친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도대체 왜 친구들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려고 하는지 예비 사회인으로서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친한 친구라는 네 글자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경조사비의 네 글자 역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그저 불필요한 허례허식일 뿐이다.

군포 수리고 2학년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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