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도 없이 아파트만 덜렁 지어놓으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나요. 게다가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영종지구내 영종하늘도시.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사이로 대형트럭들이 오 가며, 여기저기 흙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올 7월 8,8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도로 등 기반 시설 공사는 진척이 없고, 학교예정지는 허허벌판인 채로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중심부에 위치한 공원과 근린생활시설은 아직 착공조차 못한 상태이다. 입주예정자인 주부 최모(42)씨는 "병원이나 학교 등 기반시설도 없는 영종하늘도시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지옥"이라며 "지금이라도 계약을 물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대단위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청라국제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 지역에 15개 건설사가 25일 현재 8,000가구를 공급했지만 입주율은 4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아파트단지 주변은 인적이 뜸해 낮에도 썰렁하고, 밤에는 불빛 마저 없어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빈 상가건물에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만 어지럽게 걸려 있다.
영종·청라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계획된 각종 개발사업이 표류하면서, 일상 생활의 불편에다 아파트 가격 하락 등 2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택지개발지구 중 하나인 인천 중구 영종지구(1,910만㎡)의 경우 사업비 문제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당초 계획된 대다수의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된 상태이다.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영종브로드웨이 사업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탈리아 패션도시를 표방해 추진된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도 지난해 법인이 파산돼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종하늘도시 입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추진됐던 제 3연륙교(영종~청라) 건설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 인천시 간의 이견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청라지구도 실상은 마찬가지. 청라지구 핵심사업인 국제금융단지 프로젝트는 사업시행자인 LH의 자금난 등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지난해 청라지구에 완공예정이었던 인천국제공항철도 청라역은 착공도 못한 채 공터로 남아 있다. 또 테마형 레저스포츠단지 역시 최근 개발사업 내용이 수정되고 예산확보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그러나 LH 등 해당 개발사업자들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사업비 조달문제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 의견 수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거듭하고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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