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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스마트한 남성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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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스마트한 남성을 잡아라"

입력
2012.03.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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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4)씨는 업무 시간 틈틈이 스마트폰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시장을 체크하고 주식을 거래한다. 부인 몰래 주식 매매로 비자금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씨는 또 밥을 먹고 상품을 구매할 때는 포인트 대신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최근 일본 왕복 항공권이 무료 제공되는 기준(3만 마일리지)을 넘겨 올 가을엔 공짜 여행도 다녀올 예정이다. 박씨는 "사내 컴퓨터 방화벽 탓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깔지 못하는데 MTS를 활용하니 상사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남심(男心)잡기에 나섰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앞다퉈 스마트폰 기반의 금융상품을 쏟아내는가 하면, 카드사들은 마일리지와 주유, 골프장 할인 등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계 활용에 거부감이 없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남성의 욕구와 스마트 기기 이용이 대세가 된 시대적 배경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척박한 금융환경 속에서 수익 창출이 절실한 금융회사들이 절약보다는 돈이 좀 들더라도 편리함과 실용성을 택하는 남성에게 눈을 돌린 결과이기도 하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남성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증권사다. 모바일 주식거래 시장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의 스마트폰용 앱 '영웅문S'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수 52만건을 넘었다. 2010년 9월 출시 이후 누적약정금액이 92조원에 이른다. 한화증권은 업계 최저 수수료율(0.011%)을 내세워 MTS 고객잡기에 나섰고, 대신증권은 5월 4일까지 총상금 8,000만원이 걸린 모바일 실전 투자대회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다수 증권사가 일정기간 MTS 이용 수수료 면제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할부금 및 통신료까지 지원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MTS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모바일 친화도가 높은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MTS 거래금액 비중은 작년 1월 5.71%에서 올해 1월 11.5%, 2월엔 12.3%로 껑충 뛰었다. 이런 급성장 배경엔 30, 40대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SK증권 관계자는 "MTS 이용자의 80%가 기계에 익숙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이라며 "이들이 주식 거래를 하는 주요 시간대는 오전 8시50분~9시30분, 오후 2시30분~3시10분으로 업무시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여심 잡기에 초점을 맞췄던 은행들도 젊은 층과 남성 고객을 함께 끌어들일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주머니), IBK기업은행(모바일머니), 하나은행(하나N월렛) 등은 최근 전자지갑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대표 여성전용 상품인 '명품(名品)여성통장'과 '명품여성자유예금'은 창구에서 사라졌고, 신한은행도 만 30~60세 주부를 대상으로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살림의 여왕' 상품 판매를 1년여 만에 중단했다. 국민은행 측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등장으로 마케팅 타깃이 10, 20대와 직장인 남성 등으로 확대돼 굳이 여성층을 따로 공략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있지만,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 남성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리미엄 카드에는 항공 마일리지 적립과 골프장 무료 라운딩 이용 등 고급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남성들은 대체로 찔끔 모이는 포인트보다 항공 마일리지, 주유 할인 등이 제공되는 카드를 선호한다"며 "포화 상태인 카드시장에서 남성 직장인들을 끌어들이려면 연회비가 비싸더라도 이들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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