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룸살롱 황제' 이모(40)씨가 수감되기 직전 자신에게서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인사들의 명단을 정리한 뇌물 리스트를 CD 2장에 작성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사정당국과 이씨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2010년 7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성매매 및 탈세 혐의로 구속되기 전에 뇌물 리스트를 CD 2장에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CD에는 이씨와 금전거래가 있거나 향응을 제공받은 인사들의 명단이 직업별, 날짜별로 자세히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월1일 XX경찰서 A에게 500만원'과 같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보관했다는 것이다.
해당 인사들은 직업별로 경찰이 가장 많고 소방공무원과 검찰 수사관 등도 포함돼있으며, 방송사 국장 등 언론계 관계자와 청와대 인사 등도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리스트에 적힌 내용이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로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단순히 이씨가 향응을 제공했던 내용도 섞여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트를 정리한 내용이 CD 2장에 기록될 정도면 상당히 방대한 양으로 의미있는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뇌물 리스트는 기존에 알려진 30명보다는 훨씬 많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지인은 "CD는 이씨가 수사기관과의 딜(거래)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이 CD를 확보했다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존재를 극소수만 알고 있어 실제 확보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사 초기 "검찰에 리스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2007년 이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서 이씨가 검사 3, 4명과 주기적으로 연락한 내용이 나왔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통화내역 확인 결과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검사 연루 의혹은 검찰의 이씨 수사를 흠집내려는 물타기 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뇌물수수 리스트를 추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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