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쿠바 방문을 앞두고 공산주의 체제를 정면 비판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멕시코를 시작으로 엿새 간의 남미 순방길에 오른 교황은 이날 멕시코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르크스주의는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쿠바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데 가톨릭 교회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산주의에 대한 교황의 비판은 유례없이 직설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상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는 가톨릭 교회와 비교적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40년 이상 무신론을 표방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방문은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쿠바를 찾은 이후 14년 만이며 자신이 취임한 뒤로는 처음이다. 그러나 도착도 하기 전에 공산주의 무용론을 거침없이 쏟아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회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르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유용하지만 쿠바의 현재 시스템은 완벽하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늦게 멕시코에 도착한 교황은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과 마약 갱단 문제 및 교회의 세속주의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는 많은 사람이 노란색과 흰색 깃발을 흔들며 그를 환영했다.
교황은 26일 쿠바의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해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영접을 받을 예정이다. 27일에는 쿠바 수호성인을 기리는 카리다드 델 코브레 성모의 날 4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수도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대규모 미사를 거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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