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설명서에 어긋나는 관행적 처방으로 환자가 숨졌다면 의료진의 과실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최완주)는 2008년 알코올중독 증세로 치료를 받던 중 급작스런 혈압 저하에 따른 심장마비로 숨진 박모(당시 39세) 교수의 유족이 "의료상 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특별한 합리적 이유 없이 의약품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의료사고가 났다면 이는 의사의 과실"이라며 "근육주사가 원칙인 할로페리돌(진정제의 일종)을 정맥에 주사하는 등 주의사항에 어긋난 처방을 내린 의료진에게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 교수가 사고 2주일 전부터 집을 나가 폭음한 점 등이 심장마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책임을 피해액의 30%인 8,000여만원으로 제한했다.
숨진 박 교수의 부인 강모(43)씨 등은 1심 재판부가 "할로페리돌의 정맥주사는 알코올의존증 치료에서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으므로 사망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하자 항소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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