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

입력
2012.03.25 12:03
0 0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떠받친 브레튼우즈 협정 체제의 기둥 노릇을 하고 있다. 그 총재 자리를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맡게 됐다는 소식을 반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비록 미국에서 성장해 주류 사회에 편입됐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인의 긍지와 위상을 높인 것으로 여길 만하다. 그게 독특한 '민족 정서'다.

■ 국제 사회의 반응을 살펴보면, 마냥 기꺼할 일인지 의문스러운 생각도 든다. 국제 언론에 따르면 총재 지명권을 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경제나 정치와 거리 먼 의사 출신 개발도상국 전문가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세계은행 지배와 총재 자리 독식에 대한 비판을 비껴가려는 눈가림 또는 궁여지책이다. 특히 비판과 불만 세력으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국(BRICS)과 나란히 한국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띤다.

■ 세계은행과 IMF가 남미와 아시아 외채 위기 때 무리한 긴축과 구조조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 경제사회적 건강을 더욱 해쳤다는 비판은 오래됐다. 여기에 BRICS와 한국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기는 세계경제 체제의 변혁을 바란다는 지적이다. 금융과 재정 위기가 겹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도움을 '구걸'하다시피 하는 처지다. 비판을 누그러뜨릴 타협적 제스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 세계은행은 선진국과 국제자본의 이익에 이바지할 뿐, 정작 절실한 개도국의 빈곤과 기아 문제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많다. 게다가 부시 미 대통령은 월포위츠와 졸릭 등 신자유주의 네오콘 기수를 잇달아 총재에 앉혔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개혁 요구가 거센 가운데 BRICS의 지원을 받는 개도국 출신 후보들이 도전에 나섰다. 오바마가 클린턴과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등 세계적 스타들을 제쳐놓고 한국계 김용을 '깜짝 발탁'한 게 궁여지책이든 눈가림이든, 개도국 출신답게 값진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 한국인들의 막연한 기대일까.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