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잇몸도 허약하면 상대를 당해낼 방법이 없다.
NH농협 2011~12시즌 정규 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KEPCO는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여느 때 같으면 구단의 화끈한 응원 속에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코트에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 4명이 경기 조작에 연루되면서 팀 분위기는 사실상 만신창이가 됐다. 팀을 떠받치던 '튼튼한 이'도 모두 빠졌다는 반응이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그 동안 출전기회가 적었던 백업 선수들을 내세웠지만 현대캐피탈과 정면승부를 펼치긴 역부족이었다.
현대캐피탈이 KEPCO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홈그라운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KEPCO와의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1차전에서 문성민(15점), 수니아스(10점), 이선규(9점)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3-0(25-13 25-17 25-20)으로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14-4), 서브 에이스(4-3), 범실(15-23) 등 모든 면에서 KEPCO를 압도했다. KEPCO는 안젤코가 양팀 최다인 19점을 뽑아냈지만 공격 성공률이 38%에 그칠 정도로 상대의 높은 벽을 뚫지 못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27일 장소를 수원 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벌인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를 힘들이지 않고 따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KEPCO는 1세트에서만 범실을 14개나 범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2세트에서는 '장신군단'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위력을 발휘했다. 2세트에서만 블로킹을 6개나 잡아내면서 KEPCO의 주포인 안젤코의 공격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됐던 최태웅 최민호 장영기 한상길 등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여준 끝에 깔끔하게 승부를 마무리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서브와 블로킹이 좋았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준플레이오프를 빨리 마무리해야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며 2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신춘삼 감독은 "세터 김천재가 '미쳐줬어야' 하는데 아쉽다. 손발이 하루 아침에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수원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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