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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옷을 입다/ 서도호 개인전 '집 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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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옷을 입다/ 서도호 개인전 '집 속의 집'

입력
2012.03.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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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터 잡은 곳의 문화적 특성이 응집된 건축물. 하늘하늘한 천과 바늘만으로 옷처럼 '이동 가능한 집'을 만드는 설치미술가 서도호(50)씨의 '집' 시리즈도 그렇다. 거대한 미술관 안에는 서울의 성북동 한옥을 비롯해 그가 지금껏 머물렀던 뉴욕과 베를린 아파트 등이 천으로 재현됐다. 그가 10여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 '집 속의 집'이 6월 3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40여점의 조각, 영상, 드로잉 등이 출품됐다.

서씨가 유년을 보낸 성북동 한옥집 문을 천장에 재현한 '투영'을 시작으로 전시장에는 반투명한 천을 겹쳐 건축물처럼 세운 집들이 자리한다. 뉴욕의 스튜디오, 서울 집, 뉴잉글랜드 집, 베를린 집 등 천으로 만든 집 안에 들어서면 세면기, 손잡이, 라디에이터 등 집안의 세간까지 재현되어있다. 입체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바느질된 집들은 설치미술보다는 건축에 가깝다.

"한옥이 내부와 외부가 단절되지 않고 반쯤 열린 건축이라면 서양의 건축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라는 서씨는 유학 생활 중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유학을 떠나 낯선 공간에 빨리 적응하려고 줄자로 집안을 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길이를 잴 때 센티미터를 사용하지만 그들은 인치를 쓰잖아요. 거기 익숙해지려고 길이를 재다가 동서양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이번 전시에는 높이가 13m에 달하는 3층짜리 뉴욕 타운하우스 전면을 푸른색 천으로 재현한 '청사진'도 전시됐다. 건축의 설계 도면을 의미하는 청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전환시킨 이 작품은 미술과 건축의 경계에 선 작품 특징을 보여준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전시되었던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실제 건물처럼 세워져 선보였다.

뉴욕 아파트에 날아와 박힌 성북동 한옥을 5분의1 크기로 축소해 설치한 조각 '별똥별'과 천으로 뉴욕 아파트 한가운데 자리잡은 한옥을 작업한 '집 속의 집'은 이질적인 문화와의 충돌과 이후 새로운 문화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별똥별'의 한쪽 면은 한옥이 아파트에 박힌 외벽을 보여주고, 반대쪽 면은 한옥이 충돌하면서 부서진 내부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내부공간은 가스레인지와 책장, 드레스룸에 널브러진 신발과 옷가지 등까지 당시의 뉴욕 아파트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모습이 흥미롭다.

"시간의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진 않지만 그 흐름을 작품에 늘 담아내고 있다"는 그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영상 작업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영상은 그의 작업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세 편. 그 중 성북동 한옥에 대해 작가가 느꼈을 법한 감정은 '문'이란 작품에 인상적으로 담겨있다. 한옥의 본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문과 담벼락을 재현한 작품엔 한옥에서의 24시간이 그려진다. 동쪽에서 해가 뜨는 광경부터 서쪽으로 해가 지는 실사도 있지만 밤이 되면서 사슴, 새 등의 허상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라는 그의 새로운 영상작업에 기대를 품게 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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