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근처 야구장을 찾게 됐다. 문인들과 출판 관계자들 몇몇이 꾸려온 야구팀이 연예인들이 속해 있는 야구팀과 연습경기를 벌인다는 제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비 온 뒤 하늘은 말갛고 환해서 공의 시야를 가늠하기 딱 좋았다지만, 키 큰 나무들의 허리가 금방이라도 꺾일 만큼 거센 바람이 문제였다.
하필 마운드에 오른 시인 후배의 체형이 딱 간디였으니, 그의 누나임을 자처하는 나는 바람에 펄럭펄럭 날리는 후배의 유니폼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파이팅이나 외치기 바빴다. 지난 겨울에 사달라던 패딩 점퍼를 하나 입혔어야 하는 건데 라는 생각도 잠시, 연예인들에게 사인 받을 작정으로 왔던 애초의 의도도 잠시, 상대편의 방망이가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고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한 나는 사인이고 예의고 뭐고 삿대질을 일삼으며 점점 욕쟁이로 분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데구루루 펜스 밖 내 발 밑으로 굴러온 파울볼 하나. 가벼웠다. 단단했다. 약 150그램 정도 되는 이 공 하나에 울고 웃고 죽고 사는 인생… 비단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겠는가, 내게는 그 심지가 펜이듯이 말이다.
주말마다 조기 축구회를 나가겠다는 제부와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라며 앙칼지게 굴던 동생 사이의 다툼이 자주 벌어지는 바, 아마도 나는 제부 편에 설 듯하다. 제아무리 장모 솜씨가 좋다지만 땀 실컷 흘리고서 떠먹는 뒤풀이 고추장찌개의 첫 숟갈을 어찌 이겨 먹을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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