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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5>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서은경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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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5>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서은경 전북대 교수

입력
2012.03.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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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가 열정이 넘치는 과학자라고 말한 이영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이번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서은경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기숙사에 모아 놓고 공부만 시키는 스파르타식 학원이 인기라는데, 사실 내 연구실도 그에 못지않다. 평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마다 떠나는 3박4일 지리산 종주 때도 난 학생들에게 자신의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가 30대였던 1990년대에 내가 기억하는 서 교수 역시 나 못지않았다. 연구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감기약을 먹는 데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기약은 항생제 내성 등을 생각해 웬만하면 먹지 않으려 하는데 당시 서 교수는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돌면 바로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연구에 지장 받을까 봐 그랬다는 얘기를 듣고선 참 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999년 큰 암수술을 받은 뒤에도 연구에 집중해 2004년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내가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서 교수와 나는 10여년 동안 같은 학교에 있었다. 1989년 전북대에 부임한 서 교수는 빛을 쪼여 반도체의 광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 연구만 알던 서 교수가 2002년 신설된 반도체과학기술학과에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간 직접 전북 지역 20여개 고등학교를 찾아 다니며 세미나를 열더니, 2009년부터 이듬해까진 기획처장을 맡아 교수가 연구하고 싶은 대학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대표적인 게 학과 특성에 맞게 평가 방식을 바꾼 일이다.

이전까지 교수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학과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논문 수, 특허 수 등을 따졌다. 논문 하나를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물리학과 교수에게 논문 수 적다고, 생물학과 교수에게 특허 안 낸다고 이상한 압박을 주는데, 연구를 하고 싶겠나. 학교 행정이 엉망이면 교수도 연구할 마음이 싹 가신다.

1980, 90년대 한국의 연구경쟁력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교수의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연구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서 교수 같은 분이 앞장섰기에 연구 환경이 이만큼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교수들 중에는 자신의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 많다. 연구가 교수 생활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서다. 나 역시 학교 행정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때 중요한 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대화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당연한 말인데 막상 닥치면 그렇게 행동하기가 어렵다. '군대 연구실'의 교관이라 할 수 있는 내게 서 교수가 가진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좋은 귀감이 된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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