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회사원 김은영(45)씨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H청국장전문식당에서 청국장 한 뚝배기와 공기밥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다. 이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정한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이다. 주요리의 나트륨을 자율적으로 줄이기로(평균 14%) 한 음식점을 뜻한다. 김씨는 "여기 청국장은 짜지 않고 고소하다"며 "이왕이면 '나트륨 줄이기 참여 음식점'이라는 표시가 있는 식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함께 온 직장동료 우모(34)씨도 "집에서 직접 해 먹을 땐 싱겁게 먹지만 밖에서 먹을 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소금을 덜 쓰는 식당이라니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 반대편 테이블엔 5명의 어르신들로 왁자지껄했다. 청국장이 먹고 싶어 일부러 발걸음을 했다는 조모(71)씨는 "우리 세대는 짠 음식에 익숙하지만 건강에 안 좋다고 하니까 일부러라도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소한 청국장'의 비밀은 '무(無) 나트륨'에 있다. 20년째 청국장 식당을 운영하는 임금례(53)씨는 "보통 메주로 청국장을 띄울 때 끈적거려서 소금을 뿌려가며 찧고, 나중에 찌개로 끓일 때 또 소금간을 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메주에 소금을 절대 안 치고 끓일 때도 재료와 육수만 넣고 끓인다"고 비법을 말했다. 짜고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손님들이 더 먼저 알아본다는 임씨는 "어쩌다 싱겁다는 손님이 계시면 소금간을 더하는 게 아니라 장을 더 넣어서 다시 끓여 내드린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에 등록한 '건강음식점'이라고 해도 반찬은 나트륨 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지만, 이왕이면 반찬도 삼삼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간이 필요할 땐 소금 대신 액젓을 사용하고, 아예 간을 하지 않은 생야채나 데친 다시마를 초장에 찍어 먹을 수 있게 많이 내놓는다.
그는 "이전에도 덜 짜고 본래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식당 입구에 나트륨 덜 쓰는 건강음식점이라는 표시를 하고 나서는 더욱 더 소금을 덜 쓰려고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캠페인 참여 후 한 번 왔던 손님이 다시 꼭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역시 '건강음식점'으로 등록한 부산시 해운대구의 K식당(가자미 찌개 전문)의 장윤권(64)씨는 "요즘엔 '건강한 음식'에 신경 쓰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 소금을 줄이느라 애쓰고 있다"고 했다.
소금 대신 젓갈과 간장 등 발효음식을 쓰며, 소금을 넣어야 할 경우에는 미리 된장에 생소금을 갈아 한 두 달 발효를 시킨다. 장씨는 "발효 된장을 찌개에 넣고 끓이면 소금 덩어리가 음식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 골고루 덜 짜게 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료 없이 더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마늘과 마른 새우, 버섯을 갈아넣기도 한다.
저염식의 필요성은 일반 가정에도 퍼져가고 있다. 주부 이옥순(54)씨는 "간하지 않은 생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며 "소금도 천일염을 사다가 볶아서 쓰고, 간장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말 전국 114개 음식점을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으로 지정했고 올해 250개소, 내년 1,000개소로 늘려갈 계획이다. 자율참여로 선정된 후에는 식약청이 지속적으로 나트륨 함량을 모니터링 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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