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툴루즈 총격사건의 불똥이 프랑스 내 무슬림에게로 튀었다. 대선을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반이슬람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바람에 가뜩이나 위축됐던 무슬림들은 이번 사건으로 이슬람 혐오주의가 확산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총격으로 7명을 살해한 모하메드 메라는 경찰과 대치 끝에 22일 사망하기까지 조금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알카에다 소속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힌데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게 한이다" "내가 프랑스를 굴복시켰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말이 생중계되는 동안 그를 지켜보던 무슬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전체 무슬림이 알카에다 조직원처럼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알제리계 프랑스인 카림은 "아내에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라고 했다"며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데 외국인 혐오 정서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IT기업에서 일하는 아니스 사다는 "메라는 범죄자이지 이슬람의 대변인이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테러리스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을 예로 들며 "모든 노르웨이인이 브레이빅과 같다고 생각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사건의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기에 이슬람주의자의 테러 사건이 터지면서 과도한 극우성향으로 지탄받아온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정당성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이민자에 가장 비판적인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프랑스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의 위협을 말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프랑스 내 무슬림 사회에서는 테러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사다는 "왜 하필 지금이냐"며 "이 기막힌 우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메라에게 총격사건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테러단체가 나타났다. 지하드 단체의 동향을 감시하는 SITE 정보그룹은 이날 '준드 알 킬라파'라는 알카에다 연계단체가 지하드 웹사이트에 범행의 배후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고 전했다. 성명은 "우리의 형제(메라)가 작전을 감행해 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며 프랑스 당국에 "무슬림 정책을 시정하라"고 경고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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