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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정희 후보 사퇴, 당연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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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정희 후보 사퇴, 당연한 선택이다

입력
2012.03.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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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어제 야권 단일후보를 사퇴했다.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한 일이고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다. 여론조사 조작이라는 잘못을 범하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이 대표가 출마를 강행했다면 통합진보당은 곤경에 빠졌을 것이고 야권연대도 와해됐을 것이다.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새 정치, 새 사회를 부르짖던 진보세력 전체가 국민 신뢰를 잃고 좌초할 수도 있었다.

이 대표의 불출마에 이어, 경기 안산 단원갑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단 3표 차로 패배했으나 출마를 강행하려 했던 민주통합당 백혜련 후보가 사퇴한 것도 적절한 결정이다. 최근 여야의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온갖 구태로 국민들의 짜증과 혐오가 팽배해진 시점에 그나마 경우에 맞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대표 본인에게도 후보 사퇴는 결코 손해만은 아닐 것이다. 비록 19대 국회에 도전할 기회를 잃었지만 길게 보면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얻었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혹독한 비판도 적지 않지만, 가치와 명분을 위해 편한 길을 버리고 고된 도전을 거듭했던 '노무현 정신'이 지금껏 살아 움직이는 이유를 이 대표가 잘 새기기 바란다.

아울러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건을 운이 없었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자신들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이 대표가 버티기를 하면서 드러난 진보진영의 이중적 도덕 잣대,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 자주파(NL) 세력의 교조주의 등은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자세로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이 책임은 지지 않고 비판만 하는 변방세력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개혁과 정치쇄신을 진정으로 이루려 한다면 내부의 도덕성과 절차적 민주성부터 바로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정치감각은 정치인들 못지않다. 어설픈 선민의식이나 언행이 다른 이중적 행태는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렵다. 불과 몇 달 전 세상을 뒤흔들고 지금도 내연하고 있는 '안철수 현상'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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