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거의 10년 동안 서로 짜고 라면가격을 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가격경쟁을 제한, 오랫동안 서민의 얇은 주머니를 쥐어짰다는 사실도 괘씸하지만, 그 치밀하고 집요한 수법에는 놀란 입을 다물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라면업계의 담합은 사전에 모여 앉아 가격을 얼마로 하자고 입을 맞추는 전통적 담합에 비해 한결 교묘하고 조직적이다. 시장점유율 70%인 1위 업체 농심이 가격 인상안을 만들어 업계에 돌리고 먼저 가격을 올리면 삼양식품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은 조금씩 시차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 2008년 2월 20일 농심이 신라면 값을 650원에서 750원으로 올리자 3월 1일 삼양식품이 삼양라면 값을 750원으로 올렸고, 4월 1일 오뚜기 진라면과 한국야쿠르트 왕라면도 같은 가격으로 올랐다.
원가상승 압력에 떠밀려 자연스럽게 개별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처럼 비칠 만했다. 그러나 사전에 관계자들끼리 가격인상 계획은 물론이고 생산ㆍ출고 예정일, 판매실적과 홍보대책 등까지 전화와 팩스, 이메일로 주고받은 사실이 물증과 함께 포착됐다.
더욱이 선두 업체가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업체의 가격 인상을 끌어내기 위해 이른바 '구가(舊價) 지원'수법을 동원, '담합 주도'수준을 넘는 '담합 강요' 인상까지 남겼다. 가격 인상을 해놓고도 최장 82일까지 인상 전 가격으로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 다른 업체가 저가격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했다.
경과가 이런데도 농심은 "밀가루와 기름값 인상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가격을 올렸을 뿐"이라며 담합 행위를 부정했다. 농심 정도의 기업이 정부의 불공정거래 단속 대상이 가격 인상이나 그 폭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회피하거나 가로막으려는 사전 짝짜꿍 행위임을 모를 리 없다.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려 상대적으로 가격인상 압력이 약했을 업체가 오히려 가격인상을 앞장서 이끌었으니 국민적 공분을 피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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