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해임사태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망명 시도 사건 이후 공산당 지도부에 충성을 요구하는 내부 통지를 하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통지문에서 이번 사건을 “새로운 중국이 시작된 이후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보시라이의 해임은 당과 정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통지문은 또 “개인이 당의 힘을 초월하는 독단과 전횡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명시, 보시라이의 독자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한편 “인터넷에 확산되는 악질적이고 선동적인 글을 삭제하겠다”고 구체적인 단속방안을 제시했다. 공산당은 “여론을 바르게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도청과 검열을 강화하고 당에 비판적인 외국 출판물의 유입도 단속키로 했다.
통지문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직속 비서실에 해당하는 당 중앙판공청이 작성해 보시라이가 해임된 15일 정부와 군, 대학 등 당 조직에 전달했다. 신문은 보시라이의 해임에 따라 당내에서 일고 있는 동요와 반발을 억누르기 위한 이례적인 지시로 후진타오 지도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증거라고 통지문 발송의 의미를 분석했다.
신문은 또 보시라이 해임사태의 발단과 관련, 보시라이 부인과 마피아의 연루설을 제기했다. 신문에 따르면 왕리쥔은 보시라이의 지시에 따라 마피아 소탕작전을 지휘하던 중 보시라이 부인이 마피아 관계자에게 수사정보를 흘려주고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왕리쥔은 1월 28일 보시라이에게 “마피아 소탕을 위해 수사중인 중요 사건에 당신의 가족이 관계돼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고 이에 격노한 보시라이가 2월 1일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독단으로 왕리쥔의 해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는 다음날 왕리쥔의 측근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의 미 영사관으로 도주해 망명을 시도했다.
일련의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한 후진타오 주석은 2월 9일 당 중앙최고결정기관인 상무위원회를 열어 전문 조사팀을 구성했고 보시라이에게 직접 전화해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신문은 보시라이가 해임 후 구속수사 등 여러 설이 나돌고 있지만 당 관계자는 보시라이가 왕리쥔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14일부터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구속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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