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다.
16년 만에 고향팀으로 컴백한 선동열(49) KIA 감독은 현역 사령탑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무등산 폭격기', '국보 투수', '나고야의 태양'등 온갖 수식어를 갖고 있는 선 감독의 복귀만으로 KIA는 겨우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지키는 야구'를 창시하며 마운드 운용에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해 온 선 감독의 용병술이 KIA에서는 어떤 색깔로 묻어날지 궁금하다. 날벼락 같은 경질의 아픔을 안겨 준 삼성을 상대로 그가 벌일 설욕전도 관심사다.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테스트로 전력을 구상 중인 선 감독은"부상 선수들만 돌아오면 삼성과 경쟁해 볼 만하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5월까지 5할 승부하면 후반 스퍼트 자신"
선 감독은 오자마자 악재를 만났다. 주포 최희섭과 왼손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해 김진우, 한기주, 심동섭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마운드 운용의 대가인 선 감독으로서도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한기주는 마무리 후보로 점 찍은 회심의 카드. 다행히 한기주와 또 한 명의 왼손 불펜인 심동섭이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선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그들이 모두 돌아오는 5월까지 5할 승부가 목표"라고 말했다. 한기주의 복귀 전까지 유동훈이 임시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의 '왼손 사랑'은 유별나다. 왼손 투수가 풍부하지 않으면 마운드가 탄탄해질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삼성 사령탑일 때도 권혁이라는 최고의 왼손 불펜 투수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양현종과 심동섭의 이탈이 뼈아프다. 용병 한 명을 왼손으로 영입한 이유다. 선 감독이 4선발로 발탁한 왼손투수 박경태도 지켜 볼 만하다. 2008년 데뷔 이후 단 2승에 그친 박경태에 대해 선 감독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달 정도는 꾸준히 맡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4월과 5월을 버텨야 한다. 야수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희섭, 동료들이 용서해야 받아줄 것."
선 감독은 '짝꿍'으로 이순철 수석코치를 구단에 추천해 영입했다. 타이거즈의 '전설'이자 명문 구단 감독 출신이 뭉친 것만으로 큰 화제가 됐다. 선 감독은 이 코치에게 야수 분야를 일임했다. 그는 "야수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백업요원도 충분하다"면서 "이현곤이나 홍재호가 백업으로 뛸 정도니 야수층은 확실히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야 쪽으로 눈을 돌려도 나지완이나 김원섭이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다.
그러나 선 감독도 내심 한 선수의 공백이 아쉽다. 팀 훈련 무단 이탈과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2군에 머물고 있는 최희섭이다. 현재로선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하다. 고향팀으로 돌아온 뒤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던 선 감독도 당시에는 '대노'했다. 최희섭의 복귀 시기에 대해 선 감독은"나보다는 선수들과 먼저 풀어야 할 문제다. 동료들과 선, 후배들이 받아준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희섭의 존재가 KIA 타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전문가들이 KIA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유도 최희섭이 돌아온다는 전제 하에서다. 선 감독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고 있다"면서 정상 컨디션만 되찾는다면 받아 들일 뜻을 시사했다.
"삼성과 좋은 경기 기대해 달라."
선 감독은 KIA의 우승 후보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삼성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1강"이라면서 "나머지 7개 팀들이 싸우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선 감독에게 도전의 대상이 된 삼성은 '지도자 선동열'을 만들어 놓은 팀이다. 삼성 재임 6년간 2차례 우승과 5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 내며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그는 "이제는 도전하는 자세로 삼성과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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