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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음모·복선·반전, 결말이 궁금해"… '스칸디나비아 느와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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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음모·복선·반전, 결말이 궁금해"… '스칸디나비아 느와르' 열풍

입력
2012.03.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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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열린 파리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은 북유럽 5개국,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였다. 한 국가를 주빈국으로 초청하는 관행을 깬 파격적 결정이었다. 도서전 주빈을 보면 그 이유가 짐작된다. 주빈은 헤닝 만켈. 추리소설 '발란더 형사'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웨덴 작가다. 유럽의 유력 북페어인 이 도서전의 관심사는 바로 '스칸디나비아 느와르'로 불리는 북유럽 추리소설이었던 것. 북유럽 유명 작가 40여 명이 참석해 사흘 간 열린 이 도서전은 무려 18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성황을 이뤘고 판권 확보 경쟁 또한 치열했다.

북유럽 추리소설 열풍

지난해 파리 북페어의 풍경은 세계 출판계를 휩쓸고 있는 북유럽 소설 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돌풍의 주역으로 첫손에 꼽히는 작품은 스티그 라르손의 추리소설 '밀레니엄' 3부작(2005~2007). 기자 출신인 스웨덴 작가의 유작으로, 인구 910만 명인 자국에서만 350만 부가 팔리는 등 북유럽 출판시장을 휩쓴 뒤 유럽ㆍ영미권으로 건너가 미국 900만 부, 영국 700만 부, 프랑스 330만 부, 독일 560만 부, 이탈리아 320만 부, 스페인 3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잡지사 기자인 중년 남성 블롬크비스트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젊은 여성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라르손이 북유럽 소설 부흥을 이끈 신성이라면, 헤닝 만켈은 40개 언어로 작품이 번역돼 3,000만 부가 팔린 전통의 강호. 영국 BBC 방송은 2008년부터 만켈의 대표작 '발란더 형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장기 방영했다. 두 작가의 활약 속에 영미권에서는 키엘 다알, 카린 포섬, 요 네스뵈(이상 노르웨이), 아케 에드와드손, 하칸 네서(이상 스웨덴), 아르날두르 인드리다손(아이슬란드) 등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통할까

북유럽 주요 작가들의 에이전트인 니클라스 살로몬손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유럽 추리소설의 성공 요인은 문체, 인물, 배경의 3요소에 있다"고 말했다. 문장은 복잡한 비유 없이 쉽고 직설적이다. 주인공 형사들은 완벽하긴커녕 종종 초라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독자에게 어필한다. 만켈의 발란더는 우울한 성격에 아버지와 애증 섞인 불화를 겪고,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는 이혼한 독신남으로, 죽은 동생에 대한 기억에 시달린다. 걸핏하면 만취해 있는 네스뵈 소설의 주인공 해리 홀은 상사에겐 반항적이되 아끼는 동료들에게는 충실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경. 북유럽 소설은 부유한 복지국가로 통하는 그네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탐색하며 가벼운 재밋거리 이상의 쾌감을 준다. 비즈니스와 사회적 위선, 그리고 범죄 행위 간의 관계를 탁월하게 묘사한 라르손의 작품이 대표적 사례.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북유럽 추리소설의 특색이 되레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면서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흉악하고 사회성 짙은 사건에다가 등장인물의 어두운 상처와 기억이 얽혀들다 보니 쉽게 읽히는 영미권 작가들에 비해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진다"(김준혁 황금가지 편집부장)는 것. 북유럽 언어에 정통한 번역가가 적어 영어, 독일어판 등을 중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원작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조동신 열린책들 주간은 "번역 과정에서 영어판, 독일어판을 검토했는데 출판사 편집권이 막강한 나라들이라 자국 출판시장의 입맛대로 문장을 고치거나 심지어 내용 일부를 통째로 들어낸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추리소설을 위시한 비롯한 북유럽 문학의 한국어 번역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대 들어 한 해 1~4권에 불과했던 출간작 수는 2006년 8권, 2007년 11권, 2008년 18권으로 눈에 띄게 늘더니, 2009년부터는 매해 20권 넘게 번역되고 있다. 올해도 요 네스뵈의 대표작 <스노우맨> 을 비롯, 외르겐 브레케(노르웨이)의 <우아한 제국> , 라슈 케플레르(스웨덴)의 <최면전문의> 등 인상적인 추리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국내 출판사들이 요 네스뵈 등 이름 있는 북유럽 작가들의 판권을 한꺼번에 사들이며 경쟁하는 상황"(조동신 주간)인 만큼 북유럽 추리소설 신간을 만날 기회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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