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YTN 세 방송사가 파업 중이다. KBS는 새노조만이 파업에 참여중이지만, 세 방송사의 연대파업은 유례없는 일이다. 파업의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서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국민의 품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일들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의 의미는 증폭되지 않고 있다. 시청자의 담담한 태도가 놀랍게 느껴진다. 시청자는 MBC 파업 과정에서 '무한도전', '해를 품은 달', 그리고 일부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결방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뉴스데스크'가 파행운영 중이지만 불편해하지 않는다. KBS 새노조 파업의 영향력은 더 적은 편이다. 앞으로 KBS 프로그램에서 시사교양 일부 프로그램이 결방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편성은 유지되고 있다.
세 방송사의 연대파업은 방송의 독립성과 함께 방송과 정치권력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세 방송사의 연대파업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공정방송이라는 중요한 쟁점이 총선에 밀려서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수도 있다.
파업 중인 방송사 노조는 새로운 방송뉴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MBC 노조 '제대로 뉴스데스크', KBS 새노조 '리셋 KBS 9시 뉴스', YTN 노종면 해직기자는 '뉴스타파'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기존 방송뉴스가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비판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방송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기존 방송과 언론에 대한 비판은 이미 팟캐스트라는 형식으로 '나는 꼼수다', '애국전선', '손바닥 뉴스', '이슈 털어주는 남자' 등을 통해서 정치폭로 토크쇼로 표출되어 왔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MB비리 가계도, 영일목장과 남이천IC, 정치검찰 해부,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의혹, 삼성문제 등과 함께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뉴스데스크'에서 불방되었던 팔당유기농 단지도 보도했다. '뉴스타파'도 작년 10ㆍ26 투표소 변경, 임기말 무기도입과 미국 압력의혹, 강정마을, 4대강,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보도를 담고 있다. '리셋 KBS 9시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 고향 성역화를 첫 보도로 내보냈다. 기존 방송에서 대부분 보도되지 않았거나 보도되었다고 하더라도 간략하게 사실관계만 보도된 것들이다. 이것들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핵심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들 뉴스가 편향적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편향적 진실이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방송뉴스보다 가치있으며, 자신이나 권력에 불리한 사실은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우나 특정 사안을 과장, 축소하는 보도보다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은폐되고 있거나 가려진 사안들을 분명한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었던 지난 주 주요 방송뉴스를 보면, 공정방송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미 FTA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사회 쟁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뉴스들은 기계적 중립성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미국산 체리, 포도주스, 와인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피상적 보도는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나게 한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방송사들은 한미 FTA의 전체적인 맥락, 구조, 의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보도했어야 했다. 방송뉴스와 더불어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조차도 한미 FTA 발효가 갖는 사회, 경제적 의미와 대책들에 대해서 침묵했다. 'PD수첩'이 자신 스스로 '피떡 수첩'이 되었다는 자조감을 이해할 수 있다.
'뉴스타파'의 첫 장면에는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히, 소위 애국이 아니야. 진실이야"라는 고 리영희 교수의 인터뷰가 나온다. 진실이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고 국가를 지키는 힘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뉴스데스크'를 보고 다시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보아야 하는 서글픔이 커져가고 있다.
주창윤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