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 가 아니었으면 서운할 뻔한 미야베 미유키(52)는 일본의 최고 미스터리 작가로 지금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미미 여사'라는 애칭을 가진 그는 스물 일곱 살에 데뷔작 <우리들 이웃의 범죄> 로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았다. 10년 전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화차> 는 1993년 작품이다. <화차> , <인생을 바꾼 여자> 라는 제목으로 번갈아 나왔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 영화 덕분에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됐다. 인생을> 화차> 화차> 우리들> 화차>
■ 밀실, 살인, 범인, 반전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패턴을 탈피하면서도 미스터리 장르 설정을 버리지 않는 그의 작품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사소한 것 같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소재로 한 현대물로 <화차> <이유> <드림버스터> <모방범> <이름없는 독> 이 있다. 또 하나는 그의 출생지인 도쿄 후카가와를 무대로 에도시대 서민의 삶을 미스터리를 섞어 섬세하게 그린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얼간이> <하루살이> 같은 시대소설이다. 하루살이> 얼간이> 혼조> 이름없는> 모방범> 드림버스터> 이유> 화차>
■ 미미 여사의 소설에는 한 번 만나면 헤어나기 힘든 '오타쿠'같은 마력이 있다. 아마 인간과 시대와 사회에 대한 뛰어난 성찰 때문일 것이다. <화차> 만 봐도 단순히 신용카드의 부작용을 개인의 문제로만 몰아가지 않고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 짚어간다. 가끔 초능력자나 귀신이 등장하고, 하급무사가 수사관으로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시대물을 계속 쓰는 것도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우며 살던 시대,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때문이다. 화차>
■ 미미 여사는 공부와 취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에도시대'를 알기 위해 따로 과외선생까지 두었다. 소설이 설득력, 공감을 갖는 이유다. 5년 전 신경숙의 소설과 제목이 비슷한 <외딴집> 을 시작으로 그 동안 20여 작품을 읽었다. 이런 기쁨도 미미 여사에게 반해 6년 동안 줄기차게 그녀의 소설을 20권 넘게 펴낸 김홍민이란 젊은 출판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얼마나 좋으면 <스나크 사냥> <흑백> 에 직접 후기까지 썼을까. 얼굴도 모르는 그가 고마울 뿐이다. 흑백> 스나크> 외딴집>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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