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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눈물도 웃음도…탄광촌 아이들의 가슴 따뜻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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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눈물도 웃음도…탄광촌 아이들의 가슴 따뜻한 일기

입력
2012.03.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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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초등학생 73명 글/ 보리 발행ㆍ215쪽ㆍ1만1,000원

'나는 중학교에 안 간다. 중학교에 보내 달라고 하면 아무 말을 안 한다. 아버지도 가슴이 아픈 것 같다.'(6학년 우명희) 이틀 뒤 명희는 일기에 또 적었다. '혼자서 생각해 봤다. 중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무엇을 할까. 이런 생각만 하면 지금 막 나는 죽고 싶다.' 그리고 사흘 뒤.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둔 지도 오래됐고, 어머닌 남의 집 빨래를 하고 나는 빨래를 갖다 주고 가지고 오고 한다. 그러나, 항상 점심은 조금뿐이 안 먹는다.'

강원 사북초등 5ㆍ6학년, 정선 봉정분교 6학년의 1981, 1982년 문집에서 고른 일기와 산문을 모은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에는 30년 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아이들의 얼굴이 선하다. 놀며 일하며 씩씩하고 재미있다가도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얼굴에 그늘질 때도 있는 아이들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느님, 요즈음 어머니께서는 무척 걱정하시고 계세요. 무슨 일 때문이냐고요. 규폐 환자들을 광산에서 일을 못 하게 내보낸대요.'로 시작하는 6학년 은선이 일기처럼 탄광촌 아이들에게는 광산에서 일하다 병들고 다치는 아버지 이야기가 적지 않다. '저녁때 내 동생이 숙제를 한다고 하였다. 나는 내 동생을 가르쳐줬다. 그런데 얼마나 돌머리인지 나눗셈도 잘 몰랐다. "그렇게도 알으켜 줬는데, 으이고 돌머리야" 하면서 꿀밤을 때렸다. 나는 '수사반장'도 못 봤다.' 5학년 재춘이처럼 동생과 아옹다옹,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는 저절로 웃음도 짓게 된다.

책을 엮은 임길택 교사는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봉정분교 문집 <물또래> 에 실렸던 엮은이의 말에서 임 교사는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줄 알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자기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실되게 써야' 한다고 했다. 이 책처럼 임 교사가 가르친 아이들의 시를 모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가 먼저 나와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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