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지도 스타일은 달랐다. 애정표현이 서툰 하종화(43) 현대캐피탈 감독의 이야기다. 하 감독은 평소에 낯간지럽고 쑥스러워 말을 아끼는 편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말수가 많아졌다. 호통을 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며 선수단의 단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 초보사령탑으로 첫 우승에 도전하는 하 감독을 22일 용인의 현대캐피탈 연습구장에서 만났다. 헤어스타일부터 신사적인 모습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하종화식 배구'의 색깔을 들여다봤다.
'나-우리-현대' 새 바람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구호부터 신선했다. 현대캐피탈은 파이팅 구호를 단순한 '현대'가 아니라 '나, 우리, 현대'로 정했다. 하 감독은 "팀을 맡기 전부터 생각했던 구호다. 자신을 위한 '나', 혼자가 아닌 전체를 위한 '우리', 현대라는 이름을 사랑하는 팬을 위한 '현대'의 승리를 위해 싸우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처음에는 '우리'라는 구호에 우리캐피탈 얘기 아니냐며 분위기가 이상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괜찮다'는 평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딱딱했던 군대식 생활에도 메스를 댔다. 식사를 뷔페식으로 바꿨고, 모두 같이 먹고 같이 끝냈던 식사를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하 감독은 "프로들이니 식사도 그렇고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게끔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의 자율 훈련도 늘어났다. 이날도 공식 일정이 웨이트 트레이닝만 잡혔지만 다수의 선수들이 자율 훈련을 하며 포스트시즌에 대비했다.
내실 있는 배구로 우승 도전
22승14패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3위로 NH농협 2011~12 정규시즌을 마쳤다. 하 감독은 V리그 정상 등극을 위해 25일 KEPCO와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를 시작으로 세 관문을 넘어야 한다. '내실 있는 배구'가 우승 키워드. 그는 "단기전은 힘의 배구보다 어떻게 보면 꾀를 부릴 줄 아는 내실 있는 배구가 중요하다"며 "범실을 최소화 해야 한다. 특히 서브 범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플로트 서브를 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누가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팀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가 단기전 승패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객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EPCO전을 넘어 대한항공과 삼성화재까지 겨냥했다. "가빈이 중심이 되는 삼성화재가 대한항공보다 더 편한 마음이 있다. 두 팀 모두 이겨봤고 팀워크도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외유내강'의 지도 철학으로 현대캐피탈을 더욱 강하게 만들 계획도 세웠다. 그는 "꼭 호되게 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심적인 부담감을 더 줄 수 있다"며 "선수들 본인이 누구보다도 모자란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강보다는 유하게 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과 능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차분차분하게 얘기를 하다 보면 듣는 사람도 편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1위를 추구한다. 하지만 우승을 한다고 해도 '100점 배구'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 감독은 "현대라는 팀을 2, 3위 시키려고 맡은 게 아니다. 우승을 목표로 훈련해왔다"며 "하지만 지도자가 100점을 줄 수 있는 배구는 없을 것이다. 올해 우승을 한다고 해도 100점은 줄 수 없고 선수들에게 그냥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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