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적어도 1년 2개월 전부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진상이 은폐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그 뒷수습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MB정권비리 진상조사특위 회의에서 "지난해 1월쯤 정부 중앙징계위원회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했다"며 "이 자리에서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고, 청와대로부터 지급받은 대포폰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 지시로 증거를 인멸했는데 나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고 항의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중앙징계위원회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다수 징계위원으로 참여했다. 검찰 수사 때 면죄부를 받은 최 전 행정관이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장 전 주무관의 중앙징계위원회에서의 폭로는 정부 라인을 거쳐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해 1월 고용노사비서관실 소속이던 최 전 행정관을 고용노동부로 원대복귀시킨 것으로 확인돼, 청와대 인사의 불법사찰 개입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취한 조치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4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 회의를 다시 열어 장 전 주무관에 대해 정직 2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정황은 장 전 주무관이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린 직후인 지난해 2, 3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후임인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회유를 받고, 4월에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했다'는 말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한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장 전 주무관과 류 전 관리관의 녹취록에는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장 전 주무관의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쳐 벌금형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암시한 부분도 다수 발견돼 청와대가 사실상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커질 전망이다.
이 사건 재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최 전 행정관과 연락을 취하며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의 지시로 장 전 주무관에게 4,000만원을 건넨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