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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광고모델… "소비자는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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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광고모델… "소비자는 헷갈려"

입력
2012.03.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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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가 맥주광고 모델이 됐다.

하이트진로는 김연아를 하이트맥주 리뉴얼제품의 광고모델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나오는 리뉴얼제품은 깨끗한 맛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맥주의 저장부터 여과까지 전 공정의 온도를 영하로 유지하는 '아이스 포인트 빙점여과공법'을 채택했는데, 회사 관계자는 "피겨스케이팅과 맥주의 아이스포인트가 매칭이 된다. 리뉴얼 맥주의 시원함과 깨끗함이 김연아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돼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비맥주는 카스의 새 광고모델로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김수현을 발탁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김수현의 카리스마와 열정, 젊은 이미지가 카스의 컨셉과 일맥상통한다고 판단했다"고 그의 기용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선 하이트와 오비의 경쟁 못지 않게 김연아와 김수현의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김연아와 김수현 모두 현재 광고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히는 모델들이라, 과연 광고전에서 누가 승리할 지에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점은 맥주광고로 '라이벌'이 된 김연아와 김수현이 다른 광고에선 '파트너'로 나온다는 점. 스포츠의류 및 신발업체인 프로스펙스는 지난 2월부터 김연아와 김수현을 각각 초경량 워킹화 모델로 기용했다. 아예 이들의 이름까지 활용, 'W연아라인'과 'W수현라인'이란 제품까지 출시한 상태인데, 요즘 신발매장에 가면 이들이 나오는 광고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같은 모델들이 어떤 광고에선 라이벌이 되고, 다른 광고에선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해 "좋은 광고전략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낙 톱스타들이니까 당장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브랜드 정체성이나 소비자 충성도 같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광고시장의 특정모델 쏠림 현상 때문인데, 그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연아가 나오는 기업 브랜드는 대략 10개 내외, 김수현은 무려 15개 내외에 달하고 있다. 의류 식음료 주류 전자제품까지 거의 모든 업종을 망라한다. 그러다 보니 동반광고모델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경쟁광고모델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맥주 외에도 김연아는 매일유업의 요거트 '퓨어'에, 김수현은 한국야쿠르트의 '알앤비'에 출연, 또 하나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에선 김연아(에어컨)와 김수현(노트북) 모두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또다시 '협력'관계가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겹치기 모델출연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도 "헷갈린다" "김연아와 김수현만 보이지 정작 무슨 제품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겹치기 출연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광고주들도 광고기획사들도 최고스타를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광고주들도 단기간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1~2년 장기계약이 아니라 3~6개월의 단기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빅스타를 기용하더라도 모델과 제품이 연관성이 없다면 제품의 이미지 및 정체성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화제가 될 지 몰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선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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