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광명성 3호 발사를 예고하는 등 최근 장거리로켓 성능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 11년째 묶여있는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자는 한미간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국내외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광명성 3호 로켓발사 예고 등) 여러 현실적인 여건이 바뀌었다"며 "한미간에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는 게 맞다는 이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북한 미사일이 제주도까지 날아올 수 있으니까 (사거리를 늘리는 것이) 대칭적으로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도 한국 입장이 '한미 공동전략을 짜는 데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조만간 타협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미간에 상당부분 의견이 접근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2001년부터 300㎞에 묶여 있는 우리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얼마나 더 늘릴지 구체적인 협의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평소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던 만큼 이에 해당하는 800~1,000㎞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 핵무기 연구와 병행해 탄도 미사일 '백곰'을 개발했고, 이를 원형으로'현무 1호'를 개발, 실전 배치했다. 이 미사일 사거리는 180㎞로 휴전선 인근에서부터 평양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1998년 북한이 사거리 1,600㎞가 넘는'대포동 1호'발사에 성공하자 2001년 한국이 탄도미사일의 수출ㆍ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미당국은 우리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탄두 500㎏ 이하)로 늘리는 내용의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군이 실전 배치한 '현무 2호'사거리는 300㎞로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북한이 다음달 광명성 3호 발사를 예고한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그러나 서울 이남 지역에서 발사하면 북한이 '노동 1호'를 발사한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와 북중 접경지역에 배치된 장거리 미사일 기지 등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미사일 기지는 중부지역에 있다. 대신 군 당국은 사거리가 500km인 크루즈 미사일 '천룡'을 개발해 실전배치하고 있다. 순항 미사일은 목표물과의 오차가 3m 안팎일 정도로 명중률이 높지만 핵 등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없어 파괴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 요격 가능성도 높다. 순항 미사일은 비행체로 간주, 한미 미사일지침에 사거리가 구속받지 않는다. 반면 탄도 미사일은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음속의 7배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고 핵 장착 능력을 갖고 있다. 미사일 지침만 개정된다면 사거리 8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6개월 이내, 1,0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1, 2년 내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랫동안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억제해오던 미국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외교는 공짜가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체계 편입을 꾀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탄도 미사일이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만큼 비확산 모범국이었던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의 시각도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미사일 강대국으로 부상해 남북한 전력이 불균형해졌다"며 "상대의 미사일 발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최소한 800㎞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해야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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