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시종 오만한 태도로 자신이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이라고 강변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시절에도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이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점은 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사정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한때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그는 청와대 내에서 통제받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는 말이 무성하다. 그가 2009년 10월 청와대 비서관동에서 다른 청와대 행정관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며 고함을 치는 등 소동을 일으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의 막강한 권한과 전횡을 암시하는 사례는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녹취록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서에는 'EB'(이영호)와 '민정'이라는 표시란이 있는데, EB에만 표시되면 민정수석실에는 보고하지 않고 이 전 비서관에게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가 민정수석실의 통제조차 안 받은 사례는 2009년 7월 장 전 주무관이 진경락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따라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드러난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고용노사비서관실 맞은편이 민정인데, 진경락이 저쪽(민정)과는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민정 지휘를 받는 조직인데 저쪽이라고 하더라."
이 전 비서관은 또 외출을 할 때 청와대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고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시해 차를 가져오라고 하는 등 자신이 상급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으려 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다.
총리실의 특수활동비를 이 전 비서관이 상납받았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장 전 주무관은 "진경락 과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중 매월 280만원을 이 전 비서관이 소속됐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봉투 3개에 200만원, 50만원, 30만원씩 담아 각각 이 전 비서관과 고용노사비서관실 국장,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게 장씨의 주장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초기의 인적 구성도 이 전 비서관이 좌지우지했다. 지원관실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각 정부기관에서 파견될 공무원을 선발하면서 능력보다는 '영포라인'과 'TK인맥' 등 정권에 충성할 수 있는 인사들로 주로 채웠다"고 전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출범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는데도 정작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부하 직원들만 사지에 몰아넣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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