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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불법사찰 윗선 규명의 '키맨' 진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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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불법사찰 윗선 규명의 '키맨' 진경락

입력
2012.03.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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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불법사찰 사건 수사에서 큰 실패를 맛봤던 검찰은 일단 '증거인멸 관련 재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재차 출발선에 섰지만, 그 끝은 불법사찰 전반을 컨트롤한 '윗선' 규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검찰은 윗선으로 안내할 '키맨'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고, 그 중 한 명으로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이 꼽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2일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증거인멸 실행 과정을 알고 있다면, 진씨는 증거인멸 계획 과정을 비롯한 불법사찰 전반을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진씨는 증거인멸과 불법사찰이라는 사건의 두 갈래를 접점에서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인물로, 이 사건의 최종 윗선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진씨를 두고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는 그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수행했던 역할 때문이다. 당시 지원관실 직제는 불법사찰 혐의로 기소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아래 기획총괄과장이 있고, 그 밑에 7개 점검팀이 배치된 구조였다. 기획총괄과장이었던 진씨는 청와대 하명 사건이나 제보 사건을 각 팀에 배당하고, 팀에서 올라온 정보 등을 취합해 상부에 낼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했다. 지원관실에서 은밀히 이뤄졌던 사찰 내용 전반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가 입을 연다면 "불법사찰은 없었다"고 강변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주장을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폭발력이 생기는 셈이다.

검찰이 진씨를 예의주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증거인멸 과정 전반에 그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으로 증거인멸은 '이 전 비서관→그의 부하직원이었던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장씨'로 연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장씨의 폭로 내용에 따르면 증거인멸이 처음 시작된 2010년 7월3일부터 지원관실 컴퓨터를 최종 디가우징(자력을 이용해 컴퓨터 자료를 복구조차 못 시키게 만드는 것)한 7월7일까지 모두 진씨가 등장하고, 그는 사전에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즉 장씨는 역학관계상 마지막 실행자일 뿐, 증거인멸을 윗선과 조율한 것은 진씨라는 이야기다. 진씨는 장씨가 모르는 증거인멸의 기획 과정,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배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진씨는 최씨와 행정고시 동기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함께 근무했고, 이 전 비서관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그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장씨가 공개한 최씨와의 대화 녹취록에는 증거인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진씨는 2심에서 '청와대 수석들을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온다. 법정 폭로를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으로, 결과적으로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진씨에 대한 재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검찰이 그를 상대로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전망이다. 진씨는 현재 외부 연락을 끊은 채 일주일째 서울 자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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