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정부에 '그럼 환자가 죽어야만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거냐'고 따졌죠. 남편이 죽기 한 달 전 가까스로 석면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일본 '중피종ㆍ석면질환 환자와 가족 모임'(가족모임)의 대표이자 11년 전 석면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루가와 가즈코(65)씨는 22일 석면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없어 산재 인정이 어려웠던 경험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국의 석면추방네트워크와 일본의 석면추방전국연락회의 공동 주최로 20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일 석면워크숍'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후루가와씨의 남편은 1년 2개월을 투병하다 60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졌다. 25년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단열재 속 석면에 노출된 탓이다.
남편 사망 후 후루가와씨는 같은 처지의 석면피해 유가족들과 친분을 쌓다가 2004년 가족모임을 만들었다. 60명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500명의 회원과 11개 지부를 둔 단체로 성장했다.
그는 2005년 오사카 인근 아마가사키에서 5명의 중피종 환자를 발굴했는데, 이는 '구보타 쇼크'의 도화선이 됐다. 구보타라는 회사가 석면이 든 수도관을 생산하다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 중피종이 집단 발병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2006년 일본은 석면피해구제법을 만들었다.
후루가와씨는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석면을 사용한 한국과 일본의 피해자가 안고 있는 문제는 똑같다"며 "우리가 연대한다면 더 큰 힘이 되고, 나아가 전세계적인 석면추방운동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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