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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4·11 반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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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4·11 반칙콘서트

입력
2012.03.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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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람 구경을 하는 시기이다. 총선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새로 나타나고 한때 기세 당당했던 인물들이 잊히고 사라진다. 대선까지 실시되는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거나 내려가거나 떨어져 사라질 것이다. 여야는 4ㆍ11총선 공천을 통해 낯선 인물을 많이 내세웠다. 비례대표가 각 분야를 두루 고루 망라하지는 못했지만 여성을 비롯해서 장애인 등 소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계파만 달라졌을 뿐 선정된 인물들이 과거와 별로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이번엔 우리 차례다' 하는 생각에서 4년 전에 당한 것을 되갚는다는 복수의식도 두드러져 보인다. 또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나운 싸움꾼들을 잔뜩 모아 놓은 정당도 있다.

다 좋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다 정치판의 일이다. 법적으로 정당한 권력과 권위를 확보해 자신이 생각하고 소망하는 바대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개혁하려는 열정 자체는 나무랄 것이 없다. 그 열정이 개인의 만족 차원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만인의 행복을 지향하는 공적 공공적 차원이어야 한다는 점도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방향이 잘못된 광신적 소신이나 집단적 열정은 사회에 오히려 큰 해악을 끼친다.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와 많이 다를 것이고 우리사회의 이념과 정치지형도 많이 변화할 것이다. 총선 이후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느냐 하는, 12월의 본선 대쟁투가 또 남아 있으니 변화의 폭은 클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좌파가 득세를 하거나 사회 전체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짙어진다거나 하는 현상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대세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게임의 규칙을 바르고 정밀하게 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한 다음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결과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하면 참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19대 국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반칙과 불공정이 여전하다. 이미 선거사범 적발건수는 18대 국회 당시를 능가한다. 특히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금품 향응 제공 등의 부정보다 후보 선출과정의 반칙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야권연대 후보 경선과정에서 저지른 전화 여론조사 불공정 행태는 이번에 새로 나타난 문제점이다. 확증은 없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당내 경선에서도 이런 부정은 있었을 것이다. 이 대표의 경우 서로 다른 당 예비후보끼리 벌인 경선이어서 문제가 더 커진 점도 물론 있다.

경선 결과 불복→탈당→무소속 출마라는 공식을 밟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한 것도 볼썽사납다. 공천에 떨어지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무슨 '정치공학적 세례'를 받았는지 백의종군이나 불출마로 태도를 바꾼 사람들도 있다. 틀림없이 뭔가 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개인도 그렇지만 당 차원에서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의 불공정 인선이나 돌려막기를 하는 행태는 더 심해졌다.

이렇다 보니 몇몇 사람들의 바른 선택이 당연한 일인데도 돋보이는 것이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공천을 준다는데도 임기를 지키겠다며 사양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경선에서 패한 뒤 다른 지역구를 준다고 하자 명분이 없다며 받지 않았다.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은 7선의 경력을 뒤로 하고 정치인 아들끼리의 대결에서 물러나왔다. 모든 등장은 화려하지만 의미 있게 퇴장하기는 참 어렵다.

반칙과 불공정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새로운 국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면 좋겠지만, 이번에도 정치인들은 좋은 전통을 세우지 못했다. 그 점이 아쉽다. 정치인 탓을 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를 혐오하고 타기한다 해도 정치는 우리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몫이기 때문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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