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내달 재개 예정이던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중단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해발굴 중단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첫 조치로 평가된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사하고 한국에 호전적 발언을 쏟아내는 등 도발적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적절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행동기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 커비 수석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그에 따른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추가 압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북미합의에 따른 영양(식량)지원의 취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의 파견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대응 조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울 방문 때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유해발굴 중단 발표에 앞서 북한은 최근 한미군사훈련을 이유로 유해발굴을 지연시켜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대변인 타라 리글러는 "북한이 한미군사훈련과 유해발굴을 연계해 미국 선발대의 입국 등 유해발굴에 필요한 조치들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유해발굴 장비를 실은 선박을 이미 북한에 보냈으며 이달 중 선발대를 파견할 예정이었다. 북미는 앞서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에서 회의를 열고 2005년 중단된 미군 유해발굴 작업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전쟁 때인 1950~53년 실종된 미군 7,900여명 가운데 5,500여명의 유골이 아직 북한에 묻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군 유해는 북미 합의에 따라 1996년부터 10년간 220여구가 수습됐으나 2005년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이후 발굴 작업이 중단됐다. 한국전쟁 실종자 가족 모임을 이끄는 리차드 다운스는 이날 "인도주의적 임무가 정치의 격랑에 휩쓸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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