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구자철 선수가 지난 주말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독일 진출 1년 만에 1호골을 터뜨리더니 한달 만에 2호골을 잡아냈다. 6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하면서 완전히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회복한 듯 보였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구 선수의 활약상 속에서 드디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자연스럽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구 선수와는 지난해 겨울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구 선수가 최초 입단했던 볼프스부르크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구단주인 클럽이어서 인연이 닿은 것이다. 당시 구 선수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쉽지 않은 주전경쟁 탓인지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구 선수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하위팀인 아우크스부르크로 팀을 옮긴 이후 계속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였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던 일이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자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구 선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자동차 관련 학과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졸업을 앞둔 많은 대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 한다. 개개인의 면모들을 보면 모두들 훌륭한 자질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충분히 즐기라는 조언을 해주기가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사람이 결국은 성공한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즐기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일러두고자 한다. 그 준비는 다름아닌 열정과 도전이다. 여기에 긍정적인 마인드와 기백이 더해진다면 성공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목표가 우선이라면 그것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직업,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일,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찾기 보단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갖지 못한 채 정년까지 일을 한다면 삶이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너무나 지루한 인생이 될 것이다. 대부분 20대 중ㆍ후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게 된다. 인생의 황금기 중 상당 기간을 직장과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기를 성취감과 열정으로 즐기지 못한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본인이 처한 환경과 사회를 탓하는 것은 결코 즐길 수 없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과도 거리가 멀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초조하거나 불안할 필요도 없다.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면 기회는 반드시 주어진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 때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백이다. 자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앞서 필자가 구 선수를 만났을 당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감했던 것은 바로 살아있는 눈빛 때문이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성공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은 논어의 옹야편에 있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문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머리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실천할 때 진정한 즐기는 자가 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가슴으로 원하는 곳으로, 열정이 부르는 곳으로 가보기 바란다. 당장은 길이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길이 훨씬 더 행복한 길이 될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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