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과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경내에서 발견된 1,200년 전 신라의 두 우물은 흥미로운 유물들을 쏟아냈다.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2,300여 점의 동물뼈와 어린아이뼈(7~10세로 추정), 토기와 기와, 나무빗과 두레박 같은 목제품, 금동접시와 숟가락, 뒤꽂이 같은 금속류까지 많이도 나왔다. 특히 2,000년 깊이 10m 우물의 8.5m 지점에 거꾸로 처박힌 채 발견된 어린아이뼈는 여러 정황상 희생물로 던져졌을 가능성이 커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신라의 이름 모를 절터로 추정되는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에서 2003년 발굴된 작은 쇠솥 안에도 절집의 귀한 장엄구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지름 70cm 구덩이를 파고 묻은 쇠솥에는 향로 3개와 부처님이 새겨진 화려한 금동 장식판 100여 장을 비롯해 갖가지 금속공예품 500여 점이 가득했고, 구덩이와 쇠솥 사이에는 금동 풍탁(풍경) 19점이 놓여 있었다. 보물들을 마구 쟁여 넣고 변변한 뚜껑도 없이 쇳조각들로 대충 덮은 모양새가 급히 감추고 떠난 듯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일 시작한 특별전 '타임캡슐을 열다'에서 이 두 우물과 말흘리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이 각각 전시를 열어 소개했던 것인데, 두 전시를 합쳤다. 지난해 전시에는 나오지 않았던, 우물에서 발견된 어린아이뼈도 실물 전시한다.
어린아이를 바친 우물도, 장엄구를 감춘 솥단지도 혼란스러웠던 신라 말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생목숨을 바쳐서 제사를 올려야 할 만큼 간절히 빈 것은 무엇이며, 부처의 보물을 허둥지둥 숨겨야만 했던 사연은 또 무엇일까.
전시 제목대로 타임캡슐을 여는 레버는 관객의 상상력이다. 아득한 고대로 떠나는 이번 시간 여행은 5월 6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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