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4월 22일)를 한 달 앞둔 프랑스 정치권에 거센 '총풍'이 몰아치고 있다. 자신을 알카에다 조직원이라 주장하는 용의자가 유대인 학생과 군인 등을 잇달아 총격 살해한 사건은 팽팽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여론조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 끌려가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겐 지지율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사르코지는 사건 발생 후 선거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을 언론에 자주 비췄다. 대선 후보에게 균등한 시간을 할애하는 프랑스 TV도 이번만은 대통령의 동선을 중점 보도하고 있다.
선거 쟁점도 현정권 실정이나 경제난 등 사르코지가 불리한 쪽에서 민족 갈등이나 안보 문제 등 사르코지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에 외국인이 너무 많다"며 반 이민정책을 강조해와 대선 직전 공교롭게 터진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공산이 크다. 세번째 테러 사건이 발생한 19일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는 30%의 지지율로 28%의 올랑드를 추월했다.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이민자의 아들 사르코지가 프랑스 정치권 핵심에 입성할 수 있었던 자산이었다. 1993년 파리 근교 도시 뇌이쉬르센 시장이었던 사르코지는 허리띠에 다이너마이트를 감은 테러범이 유치원생들을 인질로 잡자 직접 인질범과 협상을 벌여 어린이들을 구출했다. 자크 시라크 정권에서 경찰을 책임지는 내무장관(2005~07년)으로 재직할 때는 범죄에 대한 무관용 대응으로 '수퍼캅'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인기를 기반으로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를 누르고 엘리제궁에 입성했다.
이번 사건이 사르코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간 르몽드는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연쇄폭발 테러 사건을 소개하며, 선거 직전 발생한 대형 테러가 집권당에 항상 유리했던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 해 3월 11일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자행한 테러로 191명이 숨졌는데,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당시 총리는 소수 민족 바스크족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사흘 후 실시된 총선에서 아스나르 총리의 국민당은 사회당에 참패했다.
사르코지에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용의자 모하메드 메라가 파키스탄 등지에서 활동 후 프랑스로 입국한 이후, 정보ㆍ수사당국이 그를 감시하고 있었음에도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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